전광우 < 세계은행 수석연구위원 >

엔화 급락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최근 국회 "IMF
환란 조사특위"가 경제청문회를 마치면서 15개항에 달하는 향후 대책을 권고
했다는 소식이다.

그중에 특히 외환위기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해 제2의 외환위기 발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조기경보지표 개발이 중요한 사안으로 포함돼 있다.

지난 94년말 멕시코 사태를 지나고 97년의 아시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조기경보장치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고조돼왔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국민의 정부 출범후 주요정책과제로 채택된 바
있고 그 필요성을 공감한 세계은행은 98년초부터 우리경제 상황에 적절한
조기경보시스템(Early Warning System.EWS)개발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적극
지원해왔다.

차제에 EWS개발작업의 세계은행측 책임자였던 필자의 입장에서 조기경보장치
의 유용성과 한계성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EWS의 기대효과는 금융.외환위기의 원인이 국가와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위기발발 가능성은
상당 부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다는 이론과 실증에 근거한다.

특히 EWS는 외부 충격에 약한 우리나라와 같은 소위 "소규모 개방경제"
(Small Open Economy)에 그 활용가치가 큰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반면에 조기경보지표는 계량경제적 모델로부터 도출되기 때문에 예측모델의
일반적인 한계점을 갖고 있다.

때문에 경보지표의 기계적 해석은 삼가야 할 일이고 EWS에 대한 과신은
금물이다.

결국 완벽한 자동조기경보장치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경보시스템이 그 목적한 바 효과를 최대한 실현하기 위해 고려돼야 할
몇가지 사항을 짚어 본다.

첫째 한국적 특수상황과 급변하는 세계경제 및 금융시장 여건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도록 표준모델(Benchmark Model)의 보완노력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조기경보지표는 대체로 연도별 분기별 거시경제 변수에 근거하기
때문에 외평채 가산금리나 외채연장비율, 외국인투자및 선물시장 동향과
같은 단기적 변수도 포함하는 지표체제로 확대돼야 한다.

아울러 기업부채비율이나 금융부실채권과 같은 미시.구조적 변수도 반영하는
종합적 시스템의 개발이 바람직하다.

둘째 EWS의 개발작업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할 과제다.

경제구조와 정책 패러다임은 계속적으로 변화하며 금융.외환위기의 속성
또한 변하게 마련이다.

97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경우, 금융시장간의 전염(Contagion)으로 인한
외부충격이 종전의 어떤 위기에 비해 훨씬 크게 작용한 것이 좋은 예다.

내외 경제적 환경변화를 수시로 점검해 한국형 EWS의 효율성을 꾸준히
개선해 나가는 작업이 요구된다.

셋째 EWS의 관리능력을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

EWS를 다루는 연구기관이나 담당부서의 기술적인 노하우와 분석.판단력이
배양돼야 한다.

예를 들어 주요지표및 질적요인들의 상대적 비중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관계자의 판단에 달려있다.

넷째 조기경보지표에 대한 정보는 책임있게 다루어야 한다.

자칫 정보의 무분별한 유출이나 경쟁적인 보도가 금융시장의 혼란을 야기해
외환위기를 자초(Self-fulfilling)할 수 있다.

이러한 자생적 위기의 방지를 위해서도 대체로 EWS의 구체적 내용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해야한다.

정보의 투명화 및 공유화는 원칙적으로 지향해야 할 바이지만 국익이
좌우되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국민적 이해와 협조가 요청된다.

다섯째 위기관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위기상황의 사전 "예측"이라기 보다
"예방"이다.

개방경제하에서 대외부문을 통한 외환위기의 급성전염은 언제나 가능하며
외부여건에 취약한 우리경제의 특성을 감안할 때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위험에 미리 대처할 수 있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체질강화가
관건이다.

긴장의 이완을 경계하고 구조개혁을 철저히 실천에 옮기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구조조정의 여파로 인한 파행적 노사대립과 사회불안, 그리고 불투명한
수출전망에도 불구하고 최근 급증하고 있는 해외여행과 호화소비재수입
등은 지표화가 안되더라도 조기경보를 울릴 만한 사안들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