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기술료 1억5천만달러 지급, 핵심 부품 전량 수입, 국산화율 30%"

삼성 LG 현대 등 국내 휴대폰 "빅3"가 지난해 8억달러어치를 수출, 정보통신
기기분야에서 대표적 "달러 박스"로 떠오른 휴대폰 산업의 뒷면이다.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 1천4백여만명이 들고 다니는 단말기안은 대부분 외제
부품으로 채워져 있고 CDMA(부호분할 다중접속) 이동통신 장비들도 핵심
부품은 모두 외국산이다.

이 뿐만 아니다.

PC 교환기 등 국내 정보통신 분야의 주요 품목들도 국산화율이 대부분
50% 미만이다.

문제는 이같이 취약한 기술기반이 고용창출의 근본적 한계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특히 기술력이 핵심인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휴대폰 부품의 70%가 수입된다는 것은 그만큼의 일자리가 국내에서는
사라진다는 얘기다.

원천기술 개발과 함께 핵심 부품산업을 먼저 키워야 한다는 지적은 이처럼
첨단 분야의 기초 기술이 고용창출로 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 핵심기술에 대한 투자가 미흡하다 =CDMA 기술을 처음으로 상용화
했음에도 불구,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이 분야의 특허기술은 10여건에 불과
하다.

미국 일본 핀란드 등이 2백건이 훨씬 넘는 CDMA 기술특허를 나눠 갖고 있다.

휴대폰 1대를 팔때 마다 매출원가의 5-6%가 원천기술 보유자인 미국 퀄컴
으로 나가고 단말기칩까지 1개당 20-30달러에 수입하고 있다.

PC도 마찬가지다.

원천기술은 물론 핵심 부품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매출원가의 11-12%의
로열티를 외국사에 주고 있다.

정부는 정보통신 기술개발에 올해 3천억원 이상을 쏟아부을 예정이나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계획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기술인력 양성 차원에서라도 원천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무선통신 디지털기술 등 차세대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

이를위해 과제 선정에서부터 기술의 활용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기술개발
청사진이 새로 그려져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 부품산업을 키워야 한다 =정보통신 기기분야에서 부품 산업은 고용창출
의 기반이 된다.

98년말 현재 정보통신 부품업체에서 일하는 취업자수는 12만4천여명으로
전체 정보통신 기기산업 종사자의 35%에 달했다.

계약직및 소규모 개인업체까지 합치면 40%를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잇다.

부품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품 경쟁력이 약해지면 고용은 정보통산 기기산업 뿌리가 흔들이게 된다.

그러나 휴대폰등 주요 통신기기 부품의 70%, PC는 50% 가량을 외국에서
사다 쓰고 있다.

네트워크 통신분야의 핵심 장비인 중대형 컴퓨터 전송장비 교환장비 등도
대부분의 수입품이다.

해외기술을 도입, 단말기및 주변기기 등을 대량으로 조립생산하는데 주력
했기 때문이다.

이젠 정부나 기업의 기술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전체적인 시스템 기술도 중요하기만 시스템을 구성하는 핵심장비나 핵심
부품 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 벤처기업의 마케팅 능력제고가 시급하다 =앞으로 정보통신기기 분야
에서의 고용은 벤처기업에서 대부분 일어날 전망이다.

대기업의 몸집 줄이기는 계속되는 반면 벤처기업은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과정에서 고용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팬택 YTC텔레콤 등은 최근 2-3년만에 직원수가 2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증가했다.

이들의 이같이 성장에는 제품을 내다 팔수 있는 마케팅이 뒷받침됐다.

그러나 상당수의 정보통신 벤처기업이 마케팅능력이 약해 위기를 맞는다.

벤처기업의 마케팅을 전담하는 센터를 만들어 마케팅을 대신해 주거나
영업 전문가들을 연결시켜 줄 필요가 있다.

인터넷을 통해 기업과 제품을 소개하고 정보통신 전용 사이버쇼핑몰을
이용해 제품을 팔수있는 시스템도 한 방법이다.

"국산장비 추천제도"를 도입, 수요자들이 국산 장비를 안심하고 살수있는
것도 대안으로 나오고 있다.

<> 수출지원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정보통신 기기는 수출 비중이 높다.

수출이 국내 고용창출과 직결된다.

수화기를 머리에 대면 말이 들리는 골도전화기, 이어폰을 이용한 초소형
전화기 등은 수출물량이 늘어나면서 국내 일자리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자신의 제품을 해외에 알리는 것 자체가
쉽지않다.

먼저 해외 유명 전시회에 보다 많은 벤처기업들이 참가할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제품의 국제 규격인증 획득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

<> 기타 과제들 =정보통신기기 입찰제도를 최저가 낙찰제에서 최적격
낙찰제로 바뀌어야 한다는게 업계의 제안이다.

기술 가격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적정 가격에서 낙찰가격이 정해져야
제품의 경쟁력을 살릴수 있다는 얘기다.

기술인력의 양성도 시급하다.

특히 첨단 분야의 고급두뇌를 육성해야 한다.

정보통신 분야는 상품의 생명주기가 엄청나게 짧기 때문에 이같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수 있는 인력기반이 중요하다.

< 정리=김철수 기자 kcsoo@ >

<> 도움말 주신분 =안병엽 정보통신부 차관,
이상원 한국전자산업진흥회 부회장,
박병엽 팬택 사장,
조윤애 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