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개혁이 미흡하고 모피아(MOFIA.재무부의 영문표기인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전직 재무부 관료를 지칭)를 해체하지 못한게 최대의
실수였다"

국민의 정부 1년동안의 경제정책에 대한 학계의 첫 평가는 이렇게 나왔다.

서울사회경제연구소(이사장.변형윤 제2건국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주최로
5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열린 "IMF 관리후 1년간의 경제정책
평가와 과제"란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지적된 얘기다.

안국신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지난 1년간 김대중
정부의 최대 실수는 "모피아" 조직을 해체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금융과 기업 구조조정엔 비수를 대면서 공공부문 개혁엔
느긋한 자세를 취했다"며 다른 부문의 개혁을 선도해야 할 정부부문이
직무를 유기한 조치라고 혹평했다.

김기원 한국방송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구조조정의 메스가 대기업 총수의
독재란 개혁의 본질은 피한채 기업구조 재편에만 방향을 맞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행사엔 변 위원장을 비롯 정운찬 서울대 교수, 장현준 에너지경제
연구원장,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 전문가들이 참가했다.

심포지엄 주제발표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를 간추려 싣는다.

<> 정운찬 서울대교수 =경기부양보다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데 대해서만
안국신 교수와 의견이 같다.

안 교수는 IMF(국제통화기금)의 거시경제 정책권고는 틀리지 않았지만
정부가 구조조정을 너무 강도높게 했다고 봤다.

그러나 IMF의 거시경제 정책권고안은 너무 가혹해 중소기업의 흑자도산이
많았다.

구조조정은 IMF 제시안보다 더 강도높게 했어야 했다.

한국경제문제의 본질은 재벌의 과잉투자에 따른 과잉시설이다.

이는 재벌의 힘이 우위에 있던 노태우 정부 말기 90년대 들어 이뤄진 만큼
재벌의 책임이 크다.

과거에도 재벌정책은 있었다.

그러나 정부와 친한 재벌이 유착하거나 재벌이 완강하게 저항해 안됐던
것이다.

지난해 9월까지 개혁이 안이뤄지니까 정부가 개입한 것이다.

9월부터 지금까지 경제관료의 과잉충성이나 과속은 있었지만 개입은 옳았다.

그러나 빅딜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빅딜로는 과잉시설이 해소되지 않는다.

부실기업은 퇴출시켜야 한다.

민주주의 시장경제에 어긋나지만 지금은 비상시기로 정부역할이 중요하다.

이는 헌법에도 명시돼 있다.

외국아이디어를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대처리즘의 영국경제는 초기에는 몰라도 지금은 형편없다.

제조업은 없고 서비스업만 있다.

대학은 황폐화됐다.

<> 장현준 에너지경제연구원장 =공동정권의 한계가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았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과 경제참모들이 동질적인 집단이냐는 의문이 든다.

현 정부는 국민의 40% 지지를 받는 소수정권이다.

이 때문에 경제정책은 물론 정치이념이 다른 사람들로 정부라인이 구성돼
있다.

실업대책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해 11조원, 올해 8조원의
실업대책비를 쓴다.

IMF체제에 들어오면서 정리해고가 유일한 노동시장유연화의 방법으로
인식됐다.

이 때문에 지나친 대량해고가 있었다.

임금조정노력을 먼저 한 뒤에 고용조정을 했어야 했다.

대통령의 생각이나 의지와는 별개로 정책을 추진하는 경제관료 참모집단이
혁신되지 않고는 경제가 개선되기 어렵다.

경제부처 장관 나누기는 도움이 안된다.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 할 사람들이 먼저 청와대와 정부에 들어갔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 정리=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