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업체를 경영하는 조사장은 요사이 통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입맛도 예전같지 않다.

사업을 포기해야겠다며 자포자기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가 고민하는 것은 올해 사업을 어떻게 해야할 지 방법이 없어서다.

주택경기가 풀렸다고는 하지만 다른 나라 얘기같다.

유명업체들이 공급하는 아파트에만 수요자가 몰릴 뿐 중소업체 아파트는
썰렁하기만 하다.

게다가 아파트 지을 땅도 변변히 없는 자신의 처지가 더욱 처량하게 느껴
진다.

중소업체 이름으로 아파트를 공급하기가 부담스러워 용인과 김포에 있는
땅을 유명업체에 넘겨버렸기 때문이다.

있는 땅이라야 경기도 북부지역에 1백50가구 지을 손바닥만한 땅이 고작
이다.

발등의 불은 주택공제조합 문제다.

감자한 뒤 물어야할 납입금만 70여억원.

당장 직원들 봉급주기도 빠듯한 형편에 거금을 내놓으려니 가슴에 피멍이
드는 것 같다고 하소연이다.

중도금이 제대로 거치지 않는 것도 조사장을 초조케 한다.

사람들이 중도금을 내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긴한다.

자신도 작년에 IMF가 터지면서 직원 30여명을 정리하고, 임금도 40% 가까이
줄였는데 청약자 대부분이 비슷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상가나 업무용빌딩 건축비용도 거의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시행자들이 자금난으로 나자빠지는 바람에 돈줄이 꽉 막혀버렸다.

문제는 하도급 기성금과 경상비등 회사 운영비다.

매일같이 회사는 물론 집에까지 찾아와 공사비 달라고 성화를 부리는 하도급
업자들을 감당할 수가 없다.

이러다보니 예년같으면 새해가 오기전에 마련했을 사업계획과 자금수급계획
수립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만 넘기면 괜찮을 질 것도 같은데. 올해가 고빈데"

조사장은 이 말만 뇌까리며 하루하루를 마치 살얼음판을 걷듯 넘기고 있다.

< 방형국 기자 bigjo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