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포브스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미국의 4백대 갑부" 가운데 미디어.연예.
오락산업 등 문화산업 종사자가 64명이나 됐다.

전자게임과 관련한 소프트웨어 기술분야 종사자 38명을 합치면 1백명이
넘는다.

"스타워즈"를 만든 영화제작자이자 감독인 조지 루카스는 20억달러, "쥬라기
공원"의 스티븐 스필버그는 16억달러로 억만장자 대열에 올라있다.

문화산업의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문화산업적인 마인드를 갖고 먼저 변하기 시작한 기업들은 성장세를 지속
하면서 그렇지 못한 업체들을 도태시키고 있다.

일본 소니의 경우가 변신에 성공한 대표적인 예다.

일본 소니는 95년 이후 더 이상 TV 등 가전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하드웨어
업체가 아니다.

영상 및 음악 콘텐츠에 주력하는 소프트업체로 보는게 옳다.

95년 당시 이데이 노부유키 사장은 취임연설을 통해 "콘텐츠를 잡지 못하면
소니의 미래는 없다"고 선언했다.

이데이 사장은 취임직후부터 89년 매수한 미국 컬럼비아 영화사와 소니뮤직
사를 무기로 영상 음악 등 콘텐츠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듬해 소니의 순익은 95년보다 1백20% 늘어난 1천3백90억엔(11억달러)으로
치솟았다.

94년 3천억엔의 적자를 2년만에 흑자기조로 돌려놓은 것이다.

소니는 이 여세를 몰아 게임소프트 사업을 확대하고 디지털 위성방송 사업도
준비중이다.

문화산업은 종사자들을 억만장자로 만들고 회사에도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
주는 정보화시대의 핵심산업으로 자리잡았다.

"콘텐츠산업을 제치고 21세기를 논의하는 것은 무리"(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최근 급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는 기업은 대부분 문화산업, 특히 콘텐츠 산업
과 깊은 관계가 있다.

소니엔터테인먼트는 96년 84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소니그룹의 핵심사업
부문으로 자리잡았다.

일본의 대표적인 게임기 업체인 닌텐도와 세가는 96년에만 6천5백억엔의
매출을 올렸다.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호주 뉴스코퍼레이션은 전세계 1백50여개의 영화
출판 언론사를 거느린 미디어왕국을 구축했다.

세계인구의 8분의 1인 7억여명이 매일 그의 회사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접하고 있다.

월트 디즈니가 ABC방송을, 타임 워너가 CNN을 인수한 것도 모두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문화산업 관련 업체들이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으로 변모할 날도 멀지 않은
셈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