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 한국은행 은행감독원이 금융구조조정에서 "특수"를 누리고 있다.

임직원을 잇따라 합병은행 감사에 앉히는 낙하산 인사에 나서고 있어서다.

구조조정의 모범을 보여야할 금융감독당국이 형님먼저 아우먼저 하는
식으로 빈자리를 독식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거세게 일고 있다.

국민은행은 22일 확대이사회를 열고 이종민 국세심판소 상임심판관을 신임
감사로 추대했다.

이에 앞서 지난 19일 합병은행인 한빛은행 감사로 은행감독원 이촉엽
부원장보가 추천됐다.

합병은행 감사가 잇따라 재경부 한은 은감원 출신으로 채워지는 것은 최근
정부와 금감위가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면서 퇴임임원들을 배려해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기강쇄신 차원에서 이규성 장관 취임후 처음으로 대규모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내년 출범할 금융감독원도 기존 은행감독원 보험감독원 증권감독원
신용관리기금 임원 대부분을 퇴진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물러나게된 임직원들을 금융기관에 앉히려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 말고도 올들어 제일(이준근 감사) 외환(허고광) 평화(박덕문) 등 3개
은행이 감사를 한국은행 혹은 은감원 출신으로 채워야 했다.

과거까지 치면 시중은행 감사 11명 가운데 7명이 한은 출신이다.

또 동화 동남 대동 경기 충청등 5개 퇴출은행도 청산때까지 관리할 관리인들
을 모두 은감원 퇴임간부 출신으로 채웠다.

물론 금융감독업무를 맡던 사람들이 시중은행 감사업무 수행에 적격일 수
있다.

은행측에서 감독당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먼저 영입에 나섰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회계사나 변호사등 각계 전문가를 감사로 영입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빛을 잃게 되고만 것이다.

게다가 재경부 한은 은감원 모두 금융기관 부실과 외환위기에 책임이 없지
않다.

시중은행 임직원들이 금융부실의 책임을 지고 실업자로 전락하는 마당에
이들은 과거 잘못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 부실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물러나야 마땅하다"고 한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의 거듭된 원칙표명이 무색하기만 하다.

금융계에서는 이같은 이유로 이 위원장이 얘기하는 금융구조조정의 원칙이
무엇인지 반문하고 있다.

한 금융계 인사는 "낡은 관행에 젖어있는 사람들은 시중은행 임원이 아니라
낙하산인사라는 무리수를 두는 금융감독당국"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