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체제라는 어둠속에서도 빛을 내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 1년여간 경제난 속에서도 위기를 극복한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IMF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온 이들 기업은 주가마저 한단계 높아져 증시에서
새로운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

11월말 기준 주가가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해 9월초보다 상승한 기업은
55개사에 달한다.

전체 상장사의 7.5%가 IMF 파고를 넘는데 성공했다.

주가상승률 기준으로 최고 우등생은 에넥스.

이 회사 주가는 지난해 9월초 1만1천85원에서 11월말 2만3천5백원으로
1백12.0%나 뛰었다.

다음으로 혜인 94.2%, 메디슨 93.9%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삼성증권 영원무역 서흥캅셀 한국화인케미칼 농심 대덕전자 등도 50% 이상
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지난 한햇동안 부도를 내 관리종목으로 추락한 기업은 사상최대인 57개,
상장폐지된 기업이 28개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극명하게 운명이 엇갈린
셈이다.

주가기준으로 지난해 9월초보다 오른 기업은 일단 위기극복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외환위기가 10월부터 본격화됐지만 주가는 이미 8월말 700선을 정점으로
추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종합주가지수는 연말까지 300대로 곤두박질쳤다.

올들어 지난 6월에는 280선으로 10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폭락하기도 했다.

장득수 신영증권 과장은 "주가가 외환위기전 보다 높아진 기업은 기업의
내재가치를 평가받았다는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이같은 주가차별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 질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영웅 기업"은 IMF체제 아래 환율상승과 이에따른 수출호전, 경쟁기업
의 부도등으로 늘어난 시장점유율, 국제 원자재가격 하락에 따른 원가 감소
의 기회를 잘 살렸고 외국인 선호라는 혜택까지 본 것으로 분석됐다.

태평양물산 대덕산업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한진중공업 청산 영원무역
등은 달러당 1천8백원까지 치솟은 환율 혜택을 입었다.

달러베이스로 된 매출이 원화로 환산되면서 엄청난 매출증대 효과를 봤고
수출단가에서 경쟁력이 높아졌다.

일부 기업들은 수출물량 증가로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선가상승과 함께 환율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 증대로
2000년까지의 물량을 확보했다.

경쟁관계사의 부실화로 혜택을 보는 기업도 적잖았다.

삼성증권은 일부 대형 증권사의 퇴출로 시장점유율이 높아졌고 자금시장에서
경쟁관계인 시중은행의 부실화를 기화로 사상 최대의 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제지업체나 화장품업체는 IMF이후 내수침체로 전체 시장규모는 줄었지만
경쟁사가 부도를 내면서 시장점유율이 높아져 생존기업은 실적호전이
뚜렷해졌다.

내수시장에서 IMF체제의 수혜를 한껏 누린 기업은 농심과 제일제당이다.

소맥과 같은 국제원자재가 하락한데다 내수판매 증대로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외국인 투자가 늘면서 주가가 상승한 기업도 많다.

삼성그룹주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관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꾸준한 매수세로 주가가
올랐다.

최고가주인 SK텔레콤도 위용을 떨치고 있다.

기업규모별로는 대형주(24.4%)가 소형주(5.9%)에 비해 많이 올랐다.

이는 외국인 선호종목이 대형 우량주에 몰린데다 중소기업의 부도로
중소형주 가운데 폭락한 종목이 많았기 때문이다.

업종별로는 해상운수업이 75.34%나 상승, 가장 돋보였다.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은 수출물량 증가와 해운운임 상승의 혜택을 봤다.

증권주도 최근들어 되살아나고 있다.

구조조정이 일단락된데다 증시회복과 함께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란 점이
평가받고 있다.

광업도 69.85% 상승, 크게 올랐다.

볼리비아 유전개발 재료로 동원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들 외에 식료품(54.2%) 운수창고업(37.1%) 전기기계업(33.0%) 등이
강세를 보였다.

이태진 쌍용증권 투자분석부장은 "향후 증시는 IMF체제 이후 실적 호전이
뒷받침된 업종과 기업에 증시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