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발간한 "95년 직업사전"을 보면 우리나라의 직업은 모두
1만1천5백37개.

50년만에 10배이상 늘어났다.

80년대부터는 매년 5백여종 이상의 직업이 생성되고 있다.

물론 사라지는 직업도 있다.

타자원 버스안내원 수레운반원 같은 직업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수 없다.

반대로 인터넷 등 정보통신 금융 과학기술 등의 발달로 웹디자이너
멀티미디어PD 컴퓨터디자이너 등 생소한 직업이 각광을 받고있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직업도 생성 발전 쇠퇴 소멸의 길을 걷는다.

특히 사회가 급격히 변하면 변할수록 직업의 변화도 크다.

IMF구제금융이후 고용시장이 격변하면서 직업 선호도도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인기있던 직업들이 한순간에 몰락하고 새롭고 낯선 직업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있다.

직업의 선택기준도 달라지고있다.

명예있는 직업보다는 안정된 직업, 평범한 직업 보다는 "튀는 직업"이
선호되고있다.

자신만의 능력으로 일을 개척할수 있는 전문직이 선망의 대상이 되고있다.

소위 "뜨는 직업"과 "지는 직업"이 자리바꿈하고있다.

직업능력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과거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신분이 보장되고, 정년이 길며 가장 안정된 직업을 선호했다.

지위지향성이 강하고 결과지향적이다.

남들로부터 높이 평가되는 직업, 직업자체에서 보람을 찾기보다는
그 직업의 결과가 가져다주는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뒀다.

또 체면 또는 외형을 중시했다.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업선호도에 대해 조사를 하면 우리나라의 인기직업
은 의사 교수 변호사 판검사였다.

이들 직업은 주로 우리사회의 중.상류급에 해당하는 직업으로 지위지향성이
강하다는 것을 입증하고있다.

우리사회 최고의 학력인 대졸자들이 선호하는 직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60년대 엘리트들의 정통코스를 든다면 단연 국가고시나 한국은행이었다.

임금과 지명도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모든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최고의 직장이었다.

70년대로 접어들면서 대학생들의 직업관은 새로운 전환을 맞는다.

수출드라이브 정책과 경제개발 최우선의 상황에서 나타난 새로운 직장이
대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삼성 현대 등 이른바 "그룹사"들의 출현과 함께 대학생들 사이에는 민간
대기업들이 불변의 최고 직장으로 떠올랐다.

80년대중반이후에는 증시가 활황을 맞으면서 증권사가 전성시대를 맞았다.

이와함께 종금사 투신사 등 제2금융권이 높은 임금과 안정된 직장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시대적 특징만 조금 차이가 있을 뿐 대기업사원 금융업종사자 의사
변호사 고급공무원 등은 만년 인기직업의 위치를 고수했다.

90년대 중반부터는 정보의 보고로 불리는 인터넷과 관련된 직종들이 하나 둘
씩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등장한 웹마스터 웹PD 웹디자이너 정보검색사 인터넷
무역딜러 인터넷강사 전자상거래 전문가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 직업은 발아단계에 불과해 대중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러나 IMF는 이들 직업을 순식간에 "뜨는 직업"에 올려놓았다.

대신 난공불락이었던 대기업직원 은행원들은 구조조정의 여파로 "지는 직업"
으로 전락했다.

의사 변호사만 되면 고소득이 보장된다는 것도 옛말이 되었다.

실직한 의사 변호사가 생겨났고 박사급 고학력자들도 고실업률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고용조정을 극복할수 있는 자기만의 전문성을 가져야한다는 의식이
확산되면서 전문분야가 각광을 받고있다.

경영컨설턴트 외환딜러 국제변호사 창업컨설턴트 정보통신전문가
컴퓨터프로그래머들의 몸값은 뛰고 있다.

컨설팅업체의 컨설턴트 등 M&A전문가들은 활발해진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외환 및 선물거래중개사도 주가가 높아지고 있다.

증권사의 유망투자종목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나 공인회계사 등도
마찬가지다.

고실업, 취업난 시대에 직업소개와 관련된 직업인 근로자파견업 헤드헌터
직업상담원 등도 떠오르고 있다.

산업사회가 점차 전문화 고도화 세분화됨에 따라 보다 전문적인 기능을
보유한 사람들이 우대를 받고 있다.

같은 변호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더라도 국제변호사 M&A전문변호사 등
특화된 분야가 인기있는 식이다.

IMF 1년, 고용조정의 태풍이 우리사회의 직업관을 뒤흔든 결과다.

< 김태완 기자 tw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