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경제백서-IMF 1년] 경제쇼크 : '어디까지 극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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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국제통화기금)체제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많은 변화를 한꺼번에 요구
했다.
예기치 못한 태풍을 만난 배가 요동치듯 한국은 지난 1년간 극심한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 댔다.
그 속에서 국민은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것은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고 선택을 강요당하는 삶이 얼마나 인성을
갉아먹는가를 뼈저리게 느끼는 일이었다.
그리고 국민들도 이젠 알게 됐다.
IMF체제가 일시적인 외환부족에서 온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 권위만 앞세우는 관료주의 등 한국사회의 낙후된
시스템이 불러온 세기말적 결과였다는 것을 국민들이 인식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만이 IMF체제를 극복하는 길이라는 것에도
동의하고 있다.
또 정부와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이같은 변화의 과정을 거쳐야만 살아
남을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도 받아들이게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구조조정이나 실업과 같은 고통을 ''건설을 위한 파괴''라고
인정하는 일은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왜냐하면 IMF체제는 본질적으로 우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강요된 개혁''
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난 1년은 한국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시간이었다.
새로운 천년을 준비하는 전환점이었던 셈이다.
[ 요동친 거시경제 ]
IMF체제는 환란에서 시작됐다.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던 지난해 11월말 가용외환보유액은 72억6천만달러.
대통령 선거일인 12월18일에는 39억4천만달러까지 줄어 국가부도상태였다.
1년이 지난 지금은 4백57억4천만달러(11월15일 기준)로 늘어났다.
정부가 쓸수 있는 달러만 놓고 보면 IMF체제를 이미 벗어난 셈이다.
환율도 많이 안정됐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말 달러당 환율은 최고 1천9백64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올들어 지속적인 내림세를 보여 지난 11월 18일 1천2백94.5원을
기록했다.
외채는 97년 11월말 1천6백18억달러에서 올 8월말 현재는 1천5백8억달러로
약간 줄었다.
단기외채 비중도 환란 당시인 55.0%에서 25.1%로 크게 감소했다.
이처럼 외환사정을 가리키는 지표는 대부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일단은 정부가 지난 1년동안 외환시장 안정에 주력한 덕분이라고 평가할수
있다.
그러나 10월말 현재 가용외환보유액 4백53억달러중 66%는 외국에서 꾼
돈이다.
또 총외채는 여전히 1천5백억달러를 넘고 있는데다 국제금융시장마저
불안해 아직 외환위기를 완전히 극복했다고 자신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외환사정이 호전된 것과는 달리 1년간 국내 실물경제는 그야말로
붕괴의 연속이었다.
대표적 거시경제지표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연간 5.5%에서
올해는 마이너스 5%(전망치)로 가라앉았다.
투자 소비 생산 등 모든 실물경제 지표도 아직은 바닥을 기고 있다.
그나마 금리가 하향안정세를 보이는 것이 위안거리다.
IMF체제 이후 콜금리는 한때 30.07%까지 올라갔었다.
살인적인 고금리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1년이 지난 지금 금리는 IMF체제 이전 수준으로 내려갔다.
11월 현재 콜금리는 7%대를 기록하고 있다.
은행 평균 대출금리도 올 4월 15.6%에서 11월 13.0% 수준으로 떨어졌다.
[ 붕괴직전의 실물경제 ]
기업들에 지난 1년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숱한 기업이 도산하고 실직자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기업경영활동 조건이 최악인 상황에서 기업들은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한
피나는 싸움을 했다.
올들어 30대그룹중 55개사가 지난 6월까지 퇴출됐다.
6~64대그룹 가운데 16개 그룹 43개사가 기업구조조정을 확정했거나 신청
했다.
회사정리절차가 진행중인 거평과 뉴코아그룹은 30대그룹에서 밀려났다.
동아 고합 아남 신호 강원산업그룹 등은 워크아웃 과정에 있다.
해태도 계열사별로 구조조정중이다.
결국 대부분의 기업들은 사실상 그룹 해체 상태에 있다.
현대 삼성 대우 LG SK 등 5대 그룹도 마찬가지다.
반도체를 포함한 7개 업종에서 사업구조조정이 추진중이다.
중소기업 사정은 "이보다 더 나쁠 순" 없었다.
올들어 9월까지 부도업체수는 2만27개.
지난 한햇동안 부도업체수인 1만7천1백68개를 훨씬 웃돌았다.
하지만 겨울이 길면 봄은 멀지 않다.
경기회복의 조짐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하락을 거듭하던 실물경제지표가 감소폭이 줄고 있거나 상승세로 반전하는
것이 좋은 예다.
지난 6월에 마이너스 13.2%까지 급락했던 산업생산 증가율은 지난 9월에
0.3%의 플러스로 반전했다.
지난해 6.9%(전년 동기대비) 증가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만 경기회복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다른 경기지표도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
경기침체의 터널이 끝난 것 아니냐는 성급한 판단도 나오고 있다.
한때 63%까지 떨어졌던 제조업평균가동률은 지난 9월에 70%대로 올라섰다.
어음부도율은 지난해 12월 0.78%로 치솟았다가 올 10월에는 0.20%로 내려
갔다.
하루 평균 부도업체수도 1백28개에서 43개로 IMF체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물론 이같은 실물경기 지표의 호조는 몇가지 일시적이고 계절적인 요인에
힘입은 바 크다.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은 아직 금물이라는 얘기다.
또 지표가 호전된 만큼 실제 기업들의 경영이 나아지고 있지는 않다고
현장은 전하고 있다.
[ 소용돌이 친 금융권 ]
지난 1년간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곳은 바로 금융권이다.
환란의 진원지였던 만큼 IMF체제는 금융권의 환골탈태를 요구했다.
금융빅뱅이 본격 시작된 것이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부실 금융기관을 과감히 정리했다.
IMF체제이후 문을 닫거나 조치를 받은 금융기관은 5개 은행을 포함해 모두
91개에 이른다.
30개에 이르던 종금사는 16개가 문을 닫았을 정도다.
살아남은 금융기관들간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상업과 한일은행은 한빛은행으로 합친다.
하나와 보람은행, 국민과 장기신용은행도 합병을 추진중이다.
제2금융권도 증자와 합병 등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는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위해 64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청산되는 금융기관 대신 예금을 대지급하고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금융시스템 복원에 들어간 셈이다.
하지만 일부 은행장과 임원들이 교체된 것 말고 이에대해 책임지는 관료나
관계자가 없어 국민들을 분개케 했다.
또 부실금융기관이 정리되고 금리가 전반적인 하향안정세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신용경색현상은 여전하다.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은 만큼 금융기관이 기업들에 선뜻
돈을 빌려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출을 해주더라도 기업신용에 따른 리스크프리미엄을 붙이기 때문에 실제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은 것이 현실이다.
아직 정부도 뚜렷한 대책은 없다.
정부쪽에선 중소기업으로 자금이 돌기 시작한다고 주장하나 기업인들은
아직 멀었다고 지적한다.
기업구조조정의 큰 틀이 마련되는 연말 이후에야 신용경색현상이 해소될
것이라는 얘기뿐이다.
[ 위축된 가계 ]
IMF체제는 실업자 생산 공장이었다.
이웃과 친척이 실업자가 됐다.
언제 자신도 그 대열에 낄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실업자는 지난해 말 66만명(실업률 3.1%)에서 지난 9월말 1백57만명(7.3%)
으로 늘었다.
1년이 못된 사이에 실업자가 거의 3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추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있다.
노동부 산하 한국노동연구원은 "99년 1.4분기중 실업률이 8.8%까지 치솟아
실업자가 1백86만1천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대한 정부의 실업대책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올해 10조원의 돈을 쏟아부었지만 정부의 실업대책은 대증요법에 불과했다.
공공근로사업 직업훈련 저소득자생계보호 등은 별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기본적인 접근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노동은 가치를 창조할때만 살아 숨쉬는 것이다.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노동은 죽은 것이다.
한창 일할 나이에 황소개구리를 잡는 일은 애초에 실업대책으론 어울리지
않았다.
부가가치를 창출할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방향으로 실업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일백만 일자리 만들기(OMJ) 운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소득수준은 4~5년전으로 후퇴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4분기중 도시근로자 가구의 실질소득이 지난해보다
20%나 감소했다.
실질 소비지출도 무려 22.3%가 줄었다.
소득과 소비지출 모두 사상 최대의 감소폭이다.
또 항상 오르기만 했던 명목임금도 올해 8월에는 작년말대비 마이너스 6.0%,
실질임금은 마이너스 12.1%를 각각 기록했다.
더욱이 소득이 준 것보다 소비가 훨씬 큰 폭으로 줄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래가 불확실한 탓이다.
결국 소비위축은 내수침체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와중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더욱 두드러져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소득수준에 따라 5개 계층으로 나눈 최하위 20% 계층의 소득은 24.2% 감소
했다.
반면 최상위 20% 계층의 소득은 8.0% 줄어든데 그쳤다.
상위 20% 계층과 하위 80% 계층이 삶의 질에서 뚜렷이 차이가 난다는
"20대 80" 사회가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일자 ).
했다.
예기치 못한 태풍을 만난 배가 요동치듯 한국은 지난 1년간 극심한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 댔다.
그 속에서 국민은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것은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고 선택을 강요당하는 삶이 얼마나 인성을
갉아먹는가를 뼈저리게 느끼는 일이었다.
그리고 국민들도 이젠 알게 됐다.
IMF체제가 일시적인 외환부족에서 온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 권위만 앞세우는 관료주의 등 한국사회의 낙후된
시스템이 불러온 세기말적 결과였다는 것을 국민들이 인식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만이 IMF체제를 극복하는 길이라는 것에도
동의하고 있다.
또 정부와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이같은 변화의 과정을 거쳐야만 살아
남을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도 받아들이게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구조조정이나 실업과 같은 고통을 ''건설을 위한 파괴''라고
인정하는 일은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왜냐하면 IMF체제는 본질적으로 우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강요된 개혁''
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난 1년은 한국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시간이었다.
새로운 천년을 준비하는 전환점이었던 셈이다.
[ 요동친 거시경제 ]
IMF체제는 환란에서 시작됐다.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던 지난해 11월말 가용외환보유액은 72억6천만달러.
대통령 선거일인 12월18일에는 39억4천만달러까지 줄어 국가부도상태였다.
1년이 지난 지금은 4백57억4천만달러(11월15일 기준)로 늘어났다.
정부가 쓸수 있는 달러만 놓고 보면 IMF체제를 이미 벗어난 셈이다.
환율도 많이 안정됐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말 달러당 환율은 최고 1천9백64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올들어 지속적인 내림세를 보여 지난 11월 18일 1천2백94.5원을
기록했다.
외채는 97년 11월말 1천6백18억달러에서 올 8월말 현재는 1천5백8억달러로
약간 줄었다.
단기외채 비중도 환란 당시인 55.0%에서 25.1%로 크게 감소했다.
이처럼 외환사정을 가리키는 지표는 대부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일단은 정부가 지난 1년동안 외환시장 안정에 주력한 덕분이라고 평가할수
있다.
그러나 10월말 현재 가용외환보유액 4백53억달러중 66%는 외국에서 꾼
돈이다.
또 총외채는 여전히 1천5백억달러를 넘고 있는데다 국제금융시장마저
불안해 아직 외환위기를 완전히 극복했다고 자신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외환사정이 호전된 것과는 달리 1년간 국내 실물경제는 그야말로
붕괴의 연속이었다.
대표적 거시경제지표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연간 5.5%에서
올해는 마이너스 5%(전망치)로 가라앉았다.
투자 소비 생산 등 모든 실물경제 지표도 아직은 바닥을 기고 있다.
그나마 금리가 하향안정세를 보이는 것이 위안거리다.
IMF체제 이후 콜금리는 한때 30.07%까지 올라갔었다.
살인적인 고금리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1년이 지난 지금 금리는 IMF체제 이전 수준으로 내려갔다.
11월 현재 콜금리는 7%대를 기록하고 있다.
은행 평균 대출금리도 올 4월 15.6%에서 11월 13.0% 수준으로 떨어졌다.
[ 붕괴직전의 실물경제 ]
기업들에 지난 1년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숱한 기업이 도산하고 실직자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기업경영활동 조건이 최악인 상황에서 기업들은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한
피나는 싸움을 했다.
올들어 30대그룹중 55개사가 지난 6월까지 퇴출됐다.
6~64대그룹 가운데 16개 그룹 43개사가 기업구조조정을 확정했거나 신청
했다.
회사정리절차가 진행중인 거평과 뉴코아그룹은 30대그룹에서 밀려났다.
동아 고합 아남 신호 강원산업그룹 등은 워크아웃 과정에 있다.
해태도 계열사별로 구조조정중이다.
결국 대부분의 기업들은 사실상 그룹 해체 상태에 있다.
현대 삼성 대우 LG SK 등 5대 그룹도 마찬가지다.
반도체를 포함한 7개 업종에서 사업구조조정이 추진중이다.
중소기업 사정은 "이보다 더 나쁠 순" 없었다.
올들어 9월까지 부도업체수는 2만27개.
지난 한햇동안 부도업체수인 1만7천1백68개를 훨씬 웃돌았다.
하지만 겨울이 길면 봄은 멀지 않다.
경기회복의 조짐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하락을 거듭하던 실물경제지표가 감소폭이 줄고 있거나 상승세로 반전하는
것이 좋은 예다.
지난 6월에 마이너스 13.2%까지 급락했던 산업생산 증가율은 지난 9월에
0.3%의 플러스로 반전했다.
지난해 6.9%(전년 동기대비) 증가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만 경기회복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다른 경기지표도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
경기침체의 터널이 끝난 것 아니냐는 성급한 판단도 나오고 있다.
한때 63%까지 떨어졌던 제조업평균가동률은 지난 9월에 70%대로 올라섰다.
어음부도율은 지난해 12월 0.78%로 치솟았다가 올 10월에는 0.20%로 내려
갔다.
하루 평균 부도업체수도 1백28개에서 43개로 IMF체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물론 이같은 실물경기 지표의 호조는 몇가지 일시적이고 계절적인 요인에
힘입은 바 크다.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은 아직 금물이라는 얘기다.
또 지표가 호전된 만큼 실제 기업들의 경영이 나아지고 있지는 않다고
현장은 전하고 있다.
[ 소용돌이 친 금융권 ]
지난 1년간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곳은 바로 금융권이다.
환란의 진원지였던 만큼 IMF체제는 금융권의 환골탈태를 요구했다.
금융빅뱅이 본격 시작된 것이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부실 금융기관을 과감히 정리했다.
IMF체제이후 문을 닫거나 조치를 받은 금융기관은 5개 은행을 포함해 모두
91개에 이른다.
30개에 이르던 종금사는 16개가 문을 닫았을 정도다.
살아남은 금융기관들간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상업과 한일은행은 한빛은행으로 합친다.
하나와 보람은행, 국민과 장기신용은행도 합병을 추진중이다.
제2금융권도 증자와 합병 등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는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위해 64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청산되는 금융기관 대신 예금을 대지급하고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금융시스템 복원에 들어간 셈이다.
하지만 일부 은행장과 임원들이 교체된 것 말고 이에대해 책임지는 관료나
관계자가 없어 국민들을 분개케 했다.
또 부실금융기관이 정리되고 금리가 전반적인 하향안정세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신용경색현상은 여전하다.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은 만큼 금융기관이 기업들에 선뜻
돈을 빌려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출을 해주더라도 기업신용에 따른 리스크프리미엄을 붙이기 때문에 실제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은 것이 현실이다.
아직 정부도 뚜렷한 대책은 없다.
정부쪽에선 중소기업으로 자금이 돌기 시작한다고 주장하나 기업인들은
아직 멀었다고 지적한다.
기업구조조정의 큰 틀이 마련되는 연말 이후에야 신용경색현상이 해소될
것이라는 얘기뿐이다.
[ 위축된 가계 ]
IMF체제는 실업자 생산 공장이었다.
이웃과 친척이 실업자가 됐다.
언제 자신도 그 대열에 낄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실업자는 지난해 말 66만명(실업률 3.1%)에서 지난 9월말 1백57만명(7.3%)
으로 늘었다.
1년이 못된 사이에 실업자가 거의 3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추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있다.
노동부 산하 한국노동연구원은 "99년 1.4분기중 실업률이 8.8%까지 치솟아
실업자가 1백86만1천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대한 정부의 실업대책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올해 10조원의 돈을 쏟아부었지만 정부의 실업대책은 대증요법에 불과했다.
공공근로사업 직업훈련 저소득자생계보호 등은 별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기본적인 접근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노동은 가치를 창조할때만 살아 숨쉬는 것이다.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노동은 죽은 것이다.
한창 일할 나이에 황소개구리를 잡는 일은 애초에 실업대책으론 어울리지
않았다.
부가가치를 창출할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방향으로 실업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일백만 일자리 만들기(OMJ) 운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소득수준은 4~5년전으로 후퇴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4분기중 도시근로자 가구의 실질소득이 지난해보다
20%나 감소했다.
실질 소비지출도 무려 22.3%가 줄었다.
소득과 소비지출 모두 사상 최대의 감소폭이다.
또 항상 오르기만 했던 명목임금도 올해 8월에는 작년말대비 마이너스 6.0%,
실질임금은 마이너스 12.1%를 각각 기록했다.
더욱이 소득이 준 것보다 소비가 훨씬 큰 폭으로 줄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래가 불확실한 탓이다.
결국 소비위축은 내수침체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와중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더욱 두드러져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소득수준에 따라 5개 계층으로 나눈 최하위 20% 계층의 소득은 24.2% 감소
했다.
반면 최상위 20% 계층의 소득은 8.0% 줄어든데 그쳤다.
상위 20% 계층과 하위 80% 계층이 삶의 질에서 뚜렷이 차이가 난다는
"20대 80" 사회가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