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 < 신한경영연구소 고문. 방송인 www.hanwoo.com >

가끔 과거에 주한 독일문화원에서 내게 독일어를 배웠던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그럴 때 그들이 독일어로 인사하고 자기들의 근황을 말해주는 걸 보면 참
반갑다.

열심히 가르쳐 준걸 안 잊어버린것을 확인할땐 보람도 느낀다.

그러나 나에게 독일어를 배웠던 한국 사람들 중 이를 직장에서 유용하게
이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는것같다.

독일어실력 덕으로 들어갈 수 있는 일자리는 고등학교 독일어 교사를
포함해서 1년에 불과 몇 십 개에 불가할 것이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독일회사들은 외국에서 사원을 고용할 때 독일어 보다 영어에 능통한 사람
에게 우선권을 준다.

다국적화된 독일기업에서도 결국은 영어가 공통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독일어를 현실적으로 필요로하는 외국인의 수는
얼마되지 않지만 독일정부와 기업은 세계인들에게 독일어를 가르치기 위해서
매년마다 적지 않는 투자를 한다.

세계에 1백20여 나라에서 설립된 "Goethe-Institut"이라고 하는 독일문화원
은 예산의 80%를 독일어 보급을 위해 쓰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독일 말을 잘 하려면 독일문화를 잘 알아야한다.

독일문화를 잘 알게 되면 그 문화를 좋아하게 된다.

그리고 그 나라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고 그 나라의 제품까지
좋아하게 된다.

독일어 잘 하는 외국인들은 자동적으로 독일의 "홍보담당"이 되는 것이다.

그런것처럼 한국말을 잘 하는 외국인은 한국의 "PR-man"이 될게다.

한국말을 잘 하려면 한국문화를 어느 정도로 알아야 하고 한국문화를
알게 되면 그 문화를 좋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와 같이 한국어를 잘 하는 외국인이 많지 않지만(자화자찬인가) 한국어를
하는 외국인은 예외 없이 한국의 매력에 반해있다는 것을 나는 여러번
확인했다.

국가 이미지의 개선이 시급한 시점이다.

국산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홍보 비디오를 제작해 외국에 방영하게 하는 것도 효과가 있겠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외국인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는 것이 아닐까.

외국인을 위한 현대적인 한국어 교재의 제작,외국인들의 한국어 연수를
위한 장학금과 같은 투자를 보다 과감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