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어 라이어"라는 영화의 주인공(짐 캐리)은 변호사로 거짓말을 밥먹듯이
한다.

생일파티에 꼭 오겠다던 아빠가 끝내 안나타나자 아들은 케익의 촛불을 끄며
아빠가 거짓말을 못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주인공이 뭐든 사실대로 말하게 되자 소동이 벌어진다.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은 거짓말을 안하고도 승소한다.

하지만 그건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

"유전무죄"드라마의 미국식 패러디다.

다소 과장된 감이 있지만 변호사에 대한 인식은 우리 사회에서도 크게 다르
지 않다.

변호사의 도덕성 문제가 심심치 않게 거론되는 가운데 95년 "법률서비스 및
법학교육의 세계화방안"에 따라 늘리기로 했던 사법고시 정원문제가 다시
논란을 빚고 있다.

47년 조선변호사시험으로 시작된 사법고시 정원은 80년까지 1백명 정도였다
가 81년부터 3백명으로 늘었다.

개혁안은 96년에 5백명을 뽑고 97년부터 매년 1백명씩 증원, 99년엔 8백명이
되고 2000년부터는 1천~2천명 범위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10월말 대법원과 대한변협 등이 99년 선발인원을 5백명으로
제한하자는 의견서를 제출,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감축주장의 가장 큰 근거는 증원에 따른 법률서비스의 질적 저하다.

"신축건물이 완공되는 2001년까지는 사법연수원 수용능력이 6백명밖에
안된다"는 얘기도 있다.

반면 학계와 시민단체들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집단이기주의"라고 반발
하고 있다.

법조계의 높은 문턱, 변호사의 과다수임료, 전관예우로 인한 폐해를 해소하
기 위해 결론을 냈던 사안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번복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논리다.

정원을 줄여달라는 이유중엔 IMF체제 이후 변호사 수입이 격감했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 한다.

실제로 최근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직접 소송에 나서는 사람이 늘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법조인은 누가 뭐래도 우리 사회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대접받는
층이다.

사회지도층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배려하고 특권에 걸맞은 개인적 희생을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

사시정원 감축 주장에 일리가 있을 수 있으나 혹여 기득권 보호를 강변하는
건 아닌지 되돌아봤으면 싶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