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즈 알렌과 해밀턴의 한국의 통신사업개편 보고서가 최근 발표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보고서가 제안한 개편방안은 긍정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그러나 실행상에서 몇가지 문제를 안고 있어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보고서는 한국의 통신사업자들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배적사업자는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옳은 지적이다.

그러나 이런 결과를 낳은 원인과 그 해결방안에 대한 분석이 너무 빈약하다.

정부가 통신사업에 대한 진입장벽과 요금규제 등을 너무 경직적으로 만들어
놓아 기존 사업자의 자율과 이윤추구 동기가 제약당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와 반대로 일단 시장에 들어온 신규 사업자에게는 과다한 보조정책을 펴
상대적으로 기존 사업자들이 손해를 보는 문제를 낳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사업자의 경쟁력이 높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둘째 공정한 경쟁을 위해 한국통신이 갖고 있는 SK텔레콤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보고서의 내용도 문제다.

SK텔레콤이 주식을 살 경우 특혜시비로 번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또 최근 개정된 통신사업법이 기간 통신사업자간 지분보유를 제한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다.

주식보유 자체가 바로 "불법내부거래"같은 불공정행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한국통신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정부는 불공정경쟁행위
여부만 감시하면 될 것이다.

셋째 보고서는 한국통신의 시장점유율이 어느 수준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한국통신에 대한 견제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쟁에 의해 점유율이 떨어지는 것과 정부가 개입해 떨어뜨리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정부가 사업자수를 제한하거나 유도할 경우 국내 통신시장의 활력과
경쟁력은 감퇴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통신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제언은 시스템적인 통찰과
세밀한 분석을 통해 도출돼야 한다.

선진국에서 논의되거나 실행됐던 것이라고 해서 국내에 그대로 도입하자는
것은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김한석 < 한국통신경영연구소장(직대)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