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회 복귀"와 "표적사정 중지"를 주장하며 강경 대치하고 있어
이번 주중 본격화 될 여야 협상은 여전히 난항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나라당이 이번 주중 서울에서 대규모 장외 규탄대회를 개최할
예정인데다 이기택 전 총재대행이 20일 밤부터 전격적인 단식농성에 돌입
함으로써 정국 경색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전대행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화가 역행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단식을 통해 김대중정권의 파행을 막겠다"며 "보복, 편파성사정이 중단 등
우리당 요구가 받아 들여질 때까지 무한정 단식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 정동영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 전대행의 단식을
옳다고 지지할 사람은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국민회의는 또 21일 서울 경기 인천 48개 지구당별로 "세도 한나라당"
진상 보고대회를 개최하는 등 본격적인 장외 "맞불작전"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여야 간의 격한 감정대결 속에서도 여야는 정국파행을 막기
위한 물밑대화는 계속한다는 입장이어서 돌파구를 기가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정치권은 "사정 완화"를 시사한 김 대통령의 지난 18일 춘천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민여론을 감안할 때 정기국회를 등지고 거리에 나서 극한
투쟁을 벌이는데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대통령의 발언이 대화채널 회복의 시그널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얘기도 같은 맥락이다.

박희태 원내총무는 "비정상적인 사정이 통상적 사정으로 돌아가는 듯
하다"고 다소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하면서 "투쟁은 투쟁이고 대화는
대화인 만큼 다각적인 접촉을 통해 국회 정상화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회창총재도 일단 긍정적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권도 김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한나라당을 원내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회의 한화갑총무는 "언제나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으며 야당에
총무회담을 제의할 계획"이라고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여권은 이번 접촉에서 현재 진행중인 정치권 사정에 관한 더 분명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한나라당을 안심시킬 것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정치권은 오는 23일 국민회의와 자민련 양당 국정협의회에서 국회정상화
대책을 포함한 경색정국 타개책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런 관측이
내놓고 있다.

< 양승현 기자 yangs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