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련 산하 9개 은행 노조가 오는 29일 일제히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의함으로써 관련은행의 노사갈등은 마주 달리는 열차처럼 위태로운 상황에
봉착했다. 7개 경영정상화 조건부 승인 은행과 서울.제일은행 등의 노조는
대량 감원을 포함한 대대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정부방침에 강력히 저항
하기로 결정, 총파업 결의와 함께 어제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서를
접수시켰다고 한다.

특히 우리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금융노련의 선언대로 중노위의
결정과 관계없이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이는 명백한 불법파업이 돼 지난번
현대자동차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또한번 법질서가 유린되는 상황으로 발전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은행의 고용조정에 따른 진통은 초반부터 물리적 충돌을 야기하는 등 만만
치않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 걱정이다. 지난 14일에는 노사교섭에서 노조
간부들이 교섭상대인 은행장들을 이튿날 오전까지 사실상 감금하는 일이
벌어졌다. 교섭현장에 공권력이 투입돼 노조간부들을 연행하면서 은행장들은
빠져나올 수 있었으나 이로 인해 금융노련이 농성투쟁을 선포하는 등 노사
관계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인상이다.

대상은행이 내놓은 고용조정안을 보면 많게는 40%, 적게는 20%까지 인원을
줄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어림잡아 1만3천여명의 일자리가 없어지게
된다니 노조로서도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좀더 시야를 넓혀보면 우리가 지금 국가의 명운을 걸고 추진중인
경제개혁의 핵심은 은행개혁이며 은행개혁의 핵심은 고용조정임을 부인할 수
없다. 정부가 은행에 내려줬다고 하는 감원지침의 타당성 여부는 논란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폭적인 감원 없이는 이들 은행이 회생할 수 없다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이는 한국에 구제금융을 준 모든 국제금융기관들이
강조하고 있는 점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럴진대 감원의 폭이나 경영부실의 책임소재를 놓고 노사가 다투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정부가 예금자보호를 철회하기만 해도 살아남기가
어려울 정도로 죽느냐 사느냐의 선택만이 남은 상황에서 20%냐, 40%냐를
따져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또 은행으로부터 보수나 배당을 받은 일도
없는 일반 납세자가 은행을 살리기 위해 떠맡아야 할 엄청난 부담을 생각한다
면 부실은행 노사의 책임공방은 국민앞에 또한번 죄를 짓는 일이다.

정부의 감원지침에 대한 논란이 일자 금융감독위원회는 "영업이익을 높이
라는 주문이 모든 은행의 직원을 40%씩 줄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명,
타협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제 노조측도 행동을 자제하고 중노위의 결정
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성급하게 불법파업 등의 극한수단을 동원한다면
스스로 설 땅을 잃게 될 뿐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법 질서는 지켜져야 한다는
게 국민적 컨센서스임을 잊지 말길 당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