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획기적인 경기부양책이
나와야한다는데 전문가들의 인식이 모아지고 있는 것 같다. 이규성 재경부
장관 등 경제부처장관과 남덕우 산학재단이사장 등 민간경제 전문가들이
참석한 "경제 대토론회"에서 경기부양책을 요구하는 주장이 쏟아진 것만
봐도 그렇다.

정말 경기부양책은 시급하다. 더이상 토론하고 미적거릴 여유도 없다.
자동차 출고대수가 작년의 4분의 1에도 못미치는 상황이다. 50대그룹 등
대기업들마저 절대다수가 하반기중 신입사원 채용을 하지않겠다는 얘기다.
내년 2월 대졸자들의 취업은 글자그대로 하늘의 별따기일 수밖에 없는 형편
이다. 정부에서 확고한 의지를 갖고 민간기업 입장에서도 믿음성이 가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실업률도, 경기도 정말 갈데까지 갈 수밖에
없다.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획기적이고 과감한 경기대책이 나와야한다.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된다는 발상에서 벗어나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강구해야 한다.

우선 돈이 돌도록하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은행은 돈을 투신에 맡기고,
투신은 그 돈을 또 은행에 빌려주는 식의 자금운용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금융기관에서는 자금이 넘쳐 이를 운용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부도는
계속 이어진다는게 있을 법이나 한 얘기인가.

금융기관 여유자금이 산업자금으로 나가도록할 방안을 내놔야한다. 신용
보증기금 보증을 대폭 늘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미흡하다는게
이미 입증된 단계다. 은행의 투신.종금에 대한 예금 등 금융기관간 자금거래
를 기업대출 순증액과 연계시키든지 뭔가 조치가 있어야한다.

현재 투신사 자금사정은 그 어느 때보다 좋다. 은행에 대한 콜자금제공액만
도 1조원을 웃돈다는 얘기다. 그러나 13~14% 조건으로 공사채형 수익증권을
팔아 8%대의 콜을 주는 식의 자금운용이 장기화할 경우, 그렇지않아도 부실
덩어리인 투신이 어떻게될지는 자명하다. 새로운 금융부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도 금융기관 자금운용행태를 바로 잡아야 한다.

고속도로건설 등 SOC(사회간접자본)투자를 늘리려는 것은 매우 환영할만
하다. 그러나 국채발행이 금리상승을 낳고 있는 것은 문제다. 공공투자확대로
인한 경기부양효과를 사실상 상쇄시키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당분간
적자재정은 발권력으로 메우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국채를 전액
한은에 인수시키고 경기가 어느정도 고개를 들 때까지 매출하지 않는다면
금리에 미치는 악영향은 없을 것이다.

완연한 디플레국면이라고 보면 인플레이션적 처방은 당연하다. 인플레
우려에 시달렸던 오랜 기간에 길들여진 기존의 사고에서 벗어나 실효성있는
경기부양책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