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난자"는 미국에서 59년부터 14년동안 계속된 TV시리즈다.

국내에서도 60년대에 오랫동안 방송됐다.

서부개척 시절 네바다주 카트라이트농장에서 아버지 벤과 세 아들(아담
호스 조)이 펼친 따뜻한 가족애와 이웃사랑은 흑백TV도 귀하던 시절 이땅
사람들에게도 희망과 용기를 줬다.

요즘 우리 TV에선 폭력드라마가 판을 친다.

현대극에선 물론이요 사극에서조차 몽둥이찜질과 칼부림 등으로 피가
낭자하다.

자극적일수록 시청률이 높다는 통계는 고발프로그램에서까지 폭력과 성을
주축으로 하는 풍조를 낳았다.

클린턴스캔들로 세계가 떠들썩한 가운데 미국의 한 케이블TV가 폭력과 성을
다루지 않는 무공해방송을 표방해 화제다.

홈쇼핑TV 창설자의 한사람인 로웰 팩슨(63)이 설립한 "PAX TV"다.

8월31일 개설된 이 케이블TV에선 온가족이 함께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만
내보낸다.

뉴스시간엔 미담 종류만 전하고 "천사의 손길"을 통해 이웃돕기를 실천한다.

드라마로는 인정과 의리를 담은 "닥터퀸"과 "보난자"를 방송한다.

영화도 가족용만 취급한다.

모든 프로그램에서 폭력과 섹스를 배제하는데도 방송 시작 보름만에 시청
가구가 7천6백만을 돌파했다.

뉴욕과 워싱톤은 물론 시카고 보스톤 시애틀 LA 호놀룰루 등 미국 전역에서
볼 수 있다.

소박한 성실성이 멍청한 것으로 간주되는 건 섹스피어시대에도 마찬가지
였거니와 세상에 반목과 증오 투쟁만 있는 건 아니다.

사람을 감동시키고 세상을 살만하게 만드는 건 언제나 역경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 참담한 현실속에서도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따뜻하고 소중한
사랑과 의지다.

척박한 환경속에서 입시나 고시에 합격한 사람이나 장애를 극복한 사람의
이야기가 여전히 관심을 모으는 건 그때문이다.

혼탁한 세상에서 삶의 아름다움과 오묘함을 발견하는 일이야말로 오늘의
누추함과 남루함을 견디게 하는 힘이다.

팍스TV의 등장이 소비사회의 법칙을 앞세워 공영방송조차 시청률 만능
위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우리 방송계에 신선한 자극이 됐으면 싶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