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플로트 살로먼 스미스 바니증권 부사장은 "아시아 금융위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향후 2개월동안 아시아 "전염병"은 더욱 극성을 부릴
것"으로 내다봤다.

플로트 부사장은 16일 경제전문통신인 APDJ와 가진 회견에서 투자자들의
신뢰감 상실, 금융위기국의 개혁부진, 미국을 비롯한 세계지도력 공백 등을
이유로 들면서 세계경제를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아시아상황보다 중남미 경제가 더 위험하다며 특히 브라질은
94년 멕시코와 닮은 꼴이어서 언제 붕괴될 지 모를 처지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회견내용을 정리한다.

< 정리=김수찬기자 ksc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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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금융위기라는 "전염병"은 앞으로 2개월동안 더 활개를 칠 것이다.

결국 이 위기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며 세계경제를 벼랑으로 몰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진단의 첫번째 근거는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국들이 위기 이후에도 경제개혁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계의 지도력 상실을 지적하고 싶다.

미국이라는 세계경찰이 대통령의 섹스스캔들로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과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 등은 전염병이 세계시장으로 확산되는 것으로 막기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말뿐이고 실천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

특히 클린턴 대통령은 "세계경제를 살리자"는 말을 반복하고 있지만 실천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이해는 간다.

지금 클린턴 대통령은 그럴 여유가 없다.

클린턴 대통령은 지난 14일 뉴욕 외교협의회에서 세계경제회복을 위한
6대과제를 발표했었다.

그러나 미 의회는 무반응이다.

의회는 클린턴 행정부가 요청한 국제통화기금(IMF) 자본금 증액안에 대한
승인을 미루고 있다.

세계금융시장의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도 사라지게 된다.

안전망도 없어진다.

최후의 보루가 무너지는 셈이다.

IMF는 연례보고서에서 가용자금이 50억달러에 불과하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돌발적인 위기사태가 발생한다 해도 클린턴 대통령이 3백억달러의
미국외환안정기금에 손을 댈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위기가 확대된다면 IMF를 비롯한 국제사회로선 달리
어쩔 도리가 없다.

더욱이 미국과 함께 보조를 맞춰야 할 일본도 여유있는 형편이 아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다음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와 만나 세계경제회생을
위한 일본의 역할론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본은 지금까지 그랬듯이 내수경기를 살리라는 미국 요구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금융개혁도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때문에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향후 몇개월내 일본의 국가신용도를
"Aa1"에서 "AAA"로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신용기관이 신용도의 하향조정을 검토한다고 밝힌 경우 90% 이상이
실제로 하향조정됐다.

또 다른 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일본 국가신용도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물론 S&P는 아직까지 일본의 국가신용도 하향 조정을 검토한 적은 없다.

홍콩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홍콩 당국이 주식시장을 안정시키고 홍콩달러화를 방어하기 위해 얼마나
오래동안 자금을 투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시아지역의 경제위기상황이 앞으로 더 악화되긴 하겠지만 아시아 금융
위기국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남미다.

금융위기의 직전으로 몰린 중남미 국가들중 일부는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국가들과 달리 이들 중남미국가는 엄청난 규모의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에도 중남미 지역에 대한 외국자본 유입이 크게 늘 것 같지도
않다.

국제사회는 이미 러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경험한 것처럼 구제금융지원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가 억제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구제금융지원이 자금의 낭비라는 시각이 팽배해 있는
형편이다.

최근 며칠동안 중남미 증시가 급반등한 것은 국제사회가 구제금융을 지원할
것이라는 "거짓된 희망"에 현혹된 일시적 현상이다.

특히 브라질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 94년 멕시코 페소화폭락 당시와 거의 흡사한 길을 걷고 있다.

브라질은 앞으로 수개월간 최소한 4백억~5백억달러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미 브라질시장에 대한 신뢰감을 상실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뜻 돈을
빌려주진 않을 것이다.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의 단기외채 연장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브라질 정부가 취할 선택의 폭은 크지 않다.

말레이시아처럼 외환규제를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며 현재로선
최선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타 중남미 국가도 비슷한 처지이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등의 국가신용도도 향후 3개월내 하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지도력의 공백속에 이렇듯 아시아의 전염병은 세계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