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류 신상품이 팔리지 않는다.

제철을 맞았지만 불황으로 구매력이 크게 떨어진 소비자들이 신상품보다는
철이 지났거나 재고품이더라도 값싼 옷만을 찾기 때문이다.

24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이달들어 본격적으로 선보인 가을의류 신상품의
매출비중이 이월 및 재고상품 중심의 행사상품에도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는 신상품과 행사상품의 매출비중이 6:4 정도였으나 올해는
역전됐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신세계 현대 롯데등 주요 백화점들은 행사상품의 물량 추가확보에 나서는
한편 신상품과 똑같이 매장 전면에 배치해 고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는 신상품이 출시되면 행사상품을 매장 구석으로 치우고 전면에는
신상품을 내세웠었다.

신세계백화점 여성의류 매입부장 박은장(39)씨는 "가을 신상품및 행사
상품의 매출비중이 지난해와는 정반대인 4:6으로 뒤바뀌었다"며 "행사상품이
신상품을 압도하는 주객전도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매담당 김낙일(38)씨는 "특히 자체상표(PB)인 아이비하우스의 경우
이달들어 본점에서만 하루 평균 1천만원어치가 팔리고 있으나 이중 절반은
행사상품이 차지하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행사상품의 비중이 30%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도 이달들어 16일까지 판매한 7억6천4백만원어치의
여성정장중 34.2%를 행사상품이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포인트이상 증가한 것이다.

여성캐쥬얼의류의 경우 행사상품 매출비중이 더욱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백화점 본점도 행사상품의 매출비중이 지난해보다 30%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롯데 본점은 이달들어 16일 현재까지 신상품과 행사상품을 각각 11억원,
10억9천8백만원어치씩 판매, 5:5의 매출비율을 보였다.

특히 캐쥬얼의류는 행사상품이 60%를 차지, 신상품을 추월했다.

롯데 관계자는 "지난달말부터 실시한 일부 자체상표 상품의 고별행사로
행사상품 부문 매출이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신상품 매기가 크게 위축되자 업계는 올 가을 행사상품 물량을
지난해보다 크게 늘리는 한편 할인률도 높이고 있다.

그랜드백화점 관계자는 "신상품에 대한 기대를 접고 30-80% 할인판매하는
행사상품을내세워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 김상철 기자 che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