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금융권의 구조조정과 그로인한 실직자의 증가는 우리사회에 숱한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말중 하나는 "퇴출".

"부장님 저 오늘 먼저 퇴출하겠습니다"는 말로 퇴근인사를 하면 "넌 퇴출
대상 1호야"라고 받아주는 식이다.

실직자를 의미하는 은어인 "백수"는 "호떡"으로까지 발전했다.

방바닥에 엎어져 있으면 부인이 와서 뒤집어 놓고 가는 신세라는 뜻에서.

휴가철이 되자 "IMF시대의 인기 피서지"가 각광받고 있다.

"방콕"으로 가는 것은 "(방)에 (콕) 처박혀 보내는 휴가", "사이판"행은
"건물 (사이)에 그늘을 찾아 (판)을 깔고 쉬는 휴가", "이집트"행은
"(이)틀간 (집)에 (틀)어 박혀 잠만 자는 휴가"란다.

PC통신에 올라있는 유머 "IMF가 바꾼 생활 습관 47가지"중 한토막.

"IMF이전에는 YS가 별로 안 미웠지만 지금은 Y자만 봐도 발광하면서 종로
YMCA건물 앞에서는 항상 노상 방뇨를 한다"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사건중 하나인 IMF관리체제를 빗댄 은어도 여전히
유행이다.

지난해말 우리나라가 IMF에 손을 내민 직후에는 "I am F"라는 말이 널리
퍼졌다.

국가 전체가 부도유예를 맞은 사태를 빗대어 우리 모두가 "F"학점을
받았다는 뜻이다.

"I am Fool(나는 바보)"도 유사한 의미.

IMF라는 말속에서 일반인들이 얼마나 큰 자괴감을 느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고질병이었던 거품소비가 재발할 징조를 보이면 "I am Forgetting(나는 잊고
있다)"이라는 말로 경고를 했고, 한 의류매장은 재고상품을 80~90% 할인판매
하면서 "I am Fine(난 괜찮아)"이라는 문구를 내걸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 윤성민 기자 smy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