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몸을 사리는 것도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은행들이 이렇다할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어서 외자도입 등에 관한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약 1조원 가량의 외국인투자를 추진중인 대한통운의 경우 5~6개 외국
기업들이 지분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이 회사가 동아건설에 지급보증한
1조2천억원의 보증채무 처리에 대해 동아건설 주거래은행인 서울은행은 아직
처리방향을 정하지 못했다.

당사자인 대한통운측은 은행측으로부터 어떤 사항도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대한통운의 경우 동아건설에 대한 상호지보를 제외한 부채비율은 1백30%
정도로 매우 양호하나 동아건설지보를 포함시킬 경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은 투자의 전제조건으로 상호지보의 전부 또는 일부
해소, 탕감후 부채상환조건 등을 논의할 것을 서울은행과 대한통운 주거래
은행인 상업은행 등 채권은행 등에 요청하고 있다.

한라그룹의 경우 로스차일드를 통해 10억달러를 도입키로 하고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해 부채탕감을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등 채권단에 요청해놓고
있으나 역시 이렇다할 신통한 답변은 아직 통보되고 있지 않다.

외국인들은 부채탕감 없이는 투자가 곤란하다는 입장이어서 은행들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외자유치에 꼭 필요하다고 관련업계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은행들이 부채탕감 등 외국인 투자유치 방안에 소극적인 것은 은행들
자체도 구조조정에 휘말려 있기 때문이다.

BIS(국제결제은행)기준에 맞추기위해서는 사실상 부실채권이 돼버렸다고는
하지만 대규모 채권을 대손으로 떨어내는 것은 쉬운 결정은 아니라는 얘기다.

더구나 은행장 등 임원들에 대한 대규모 인사가 겹쳐 이래저래 중요한
의사결정들이 늦어지고 있다고 업계에서는 말하고 있다.

< 채자영 기자 jycha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