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PC기능을 하나로 결합시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던 전자업체들의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이 나는가.

인터넷TV가 소비자들 사이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채 서서히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있다.

인터넷TV는 TV수상기에 웹브라우저 등 인터넷 접속기능을 추가, 수상기
하나로 TV도 보고 인터넷도 할 수 있도록 만든 정보가전제품.

한때는 미래 정보화사회의 "총아"가 될 것으로 주목받기도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TV와 PC, 어느 쪽의 기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얼치기 제품"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등은 인터넷붐을 타고 지난 96년초 인터넷TV를 내놓았다.

지금까지 판매된 물량은 고작 2천여대.

가정보다는 학교등 틈새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당초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전자업계는 이에따라 인터넷TV의 신규모델 개발을 전면 중단했다.

대신 외장형 인터넷 셋톱박스의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국내기업들 뿐만이 아니다.

샤프 미쓰비시등 일본 전자업체도 인터넷TV 사업을 중단했다.

TV와 PC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시도는 실패로 결론이 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업계가 TV의 PC화를 너무 빠르게 과신한 것이 이번
실패를 가져온 원인"이라고 말했다.

세계 전자업체는 TV가 인터넷기능을 주도할 수 있다고 보고 제품개발에
들어갔지만 "PC의 자리지키기"와 "TV는 TV"라는 소비자 인식의 틀을
깨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설명이다.

기술적으로 PC의 최대장점인 업그레이드(성능향상)능력을 TV가 따를
수 없다는 점도 인터넷TV의 약점으로 지적됐다.

인터넷TV가 뿌리를 내리지 못한데는 소비자들의 가격저항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가전업체들은 TV신제품을 발매할 때 성능이 종전제품에 비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10%이상 높게 책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터넷TV는 웹브라우저 모뎀 등이 추가로 내장되는 만큼 기존제품
대비 가격인상폭이 훨씬 클 수밖에 없었으며 이로 인해 "10%"에 익숙해져
있는 소비자들의 저항에 부딪혔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등 전자업체들은 일체형 인터넷TV의 실패에 따라
기존 TV와 연결, 인터넷접속을 할 수 있는 외장형의 인터넷셋톱박스 개발에
나서 미국등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가격이 2백달러 미만으로 싸다는 점이 큰 장점이 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자회사인 웹TV사와 전략 제휴를
맺고 미국 시장에서 자사브랜드로 지난 7월부터 인터넷셋톱박스의 시판에
돌입했다.

삼성은 미국시장에 올 한해 동안 약 1만대가량을 판매할 계획이다.

대우전자는 플로피디스크를 이용, 저장기능을 추가한 셋톱박스를 개발해
미국 유럽등에 올해중 1백만대 가량을 수출키로 했다.

LG전자도 셋톱박스의 개발을 통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 윤진식 기자 jsy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