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책임을 가리는 "법정청문회"가 시작됐다.

서울형사지법 합의22부(재판장 이호원 부장판사)는 10일 직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경제부총리 강경식피고인과 전청와대경제수석 김인
호피고인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은 재판장의 인정신문과 검찰 변호인단의 모두진술순으로
진행됐다.

검찰측과 변호인단은 재판개정 직후부터 직무유기죄등의 성립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측은 모두진술에서 "피고인들은 외환위기가 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고의로 묵살해 국가를 파탄지경으로 몰고 간 책임을 면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당시 경제정책수립의 가장 높은 자리에 있었던 피고인들이
경제의 심각성을 감추기에 급급했고 외환위기의 도래가능성도 없다고
사실을 호도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 대표 최광률변호사는 "국가가 IMF구제금융을 받고 미증유의
경제파탄사태에 이른 만큼 고위경제관료로서 도덕적 책임을 면할수 없
지만 당시 정책판단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이라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최변호사는 또 "당시 외환위기 가능성을 김영삼전대통령에게 보고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번 재판을 통해 경제파탄의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외환위기 책임외에 삼성자동차 설립과정에 강피고인이 깊숙히
개입한 부분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검찰은 "강피고인이 부산지역에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하기 위해 삼성
자동차공장의 부산유치에 적극 개입했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에대해 강피고인은 "삼성그룹의 자동차진출은 외국잡지에서 알았다"
며 "그후 이건희회장을 만나 부산에 공장을 설립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그러나 "자동차의 설립은 삼성측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삼성이
투자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별 문제가 없는 것아니냐"며 자신의
직접개입을 부인했다.

이날 417호 대법정은 피고인들의 가족과 외환위기 책임공방을 보려는
일반방청객들로 2백여석의 자리가 꽉매워졌다.

피고인들의 가족들은 재판장의 호명에 따라 피고인들이 대기실에서
나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맞추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몇몇 피고인가족들은 수의를 입은 피고인들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며
소리없이 흐느끼기도 했다.

강피고인과 김피고인은 검찰측 직접신문에 대해 경제전문가답게 정
연한 논리로 반박하는 등 시종일관 자신감있게 답변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