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복합단지] 제4부 : 유럽 (6) 독일 '하이드하우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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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바이에른주 뮌헨.
바이에른 왕국의 7백여년 역사가 살아 숨쉬는 격조높은 문화예술도시다.
알테피나테코 미술관, 레지던츠 등 "찬란한"문화재에 가려 왠만한 유적은
명함도 못 내민다.
관광객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도심의 허름한 건축물도 한 귀퉁이에는
어김없이 3백~4백년전 지어졌노라는 "호적"을 달고 있다.
"프랑스에 파리, 이탈리아에 로마가 있다면 독일에는 뮌헨이 있다"는
독일인의 자부심이 배어있는 곳이다.
뮌헨도심 동쪽을 흐르는 이제르강변 하이드하우젠(Haidhausen).
얼핏보면 일반 주거지역과 다를바 없다.
하지만 이곳 역시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독일인의 철학이 드러나 있다.
"부수고 허물어 개발이익을 많이 남기는 미국식 고층개발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회적 동질성 유지를 목적으로 기존 건물의 층수와 외양을 그대로 살려
"문화박물관" 뮌헨을 이루는 한 조각으로 무리가 없다"(뮌헨시 도시계획국
베크만 쉘터)는 평가 때문이다.
하이드하우젠은 원래 19세기 중반 프랑스 이주민을 중심으로 형성된 주거지.
1960년경에는 이탈리아 그리이스 터어키 노동자들이 몰려들었다.
땅값이 급등한 반면 주거환경은 급속히 나빠졌다.
원주거자들이 계속 떠나 외국인 비율이 한때 주민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높아졌다(1969년 뮌헨시 사회지표).
뮌헨시는 이에따라 1971년 도시건설촉진법을 적용, 본격적으로 도심재개발에
착수했다.
보존가치가 있는 건축물이 많은데다 슬럼화되고 있는 도심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
하지만 대상구역을 확정하고 주민동의를 얻는데 무려 5년이 걸렸다.
관주도의 일방적 개발이 아니라 지역특성에 맞는 직주근접형 재개발에
촛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직주근접형이란 사는 곳과 일하는 곳이 가까운 거리에 있도록 설계한 것.
인위적인 구획획정이 사회계층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뮌헨시는 우선 대상지역을 생활거점을 중심으로 21개 블럭으로 나눴다.
전체 사업부지를 한데 뭉쳐 주거지역 업무지역 녹지 등으로 삼등분하지
않고 지역별로 원래 기능을 재조정하고 건물을 개보수키로 한 것.
완공시점을 2009년까지로 길게잡고 가장 낙후된 곳부터 개발키로 했다.
낙후지역 선정에는 건물노후도뿐만 아니라 소득수준 녹지공간 인구밀도 등
사회적 지표가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개발이후에도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지역적 동질성을 확보"(뮌헨시
통계조사부 한스 부크만)하기 위해서다.
건축양식이 거의 비슷한 것도 흥미를 끈다.
건물은 모두 대로변에 배치하고 건물사이 내부공간은 공원으로 조성했다.
지하는 주차장으로, 지상 1~2층은 상업 및 업무시설로, 지상 3~5층은
주거시설로 각각 만들었다.
도로와 도로가 만나는 건물 모서리지역은 이전에 있던 소규모 상가나
영세공장에 배당했다.
지역중심지에 있는 기존주택지는 일반주거지로 지정해 5층이상 개발을
제한했다.
전면개축이 필요한 블럭도 종전규모 이상으로 늘리지 않았다.
직주근접형 방식을 취하다 보니 각 지역이 별도의 업무 및 상업중심지를
끼고 있지 않아 자족기능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였다.
사업예산은 8억 마르크.
우리돈 약 6천96억원선이다.
비용은 뮌헨시와 함부르크주 독일중앙정부가 각각 3분의 1을 부담했다.
개발주체는 뮌헨시와 금융기관들이 출자한 MGS사.
이 회사는 매년 3천만 마르크 규모의 재개발촉진기금을 이용해 토지매입,
보수자금지원, 건축시공을 담당하고 있다.
지원조건은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소득수준이 높은 곳은 장기저리의 융자금을 알선해 주어 자력재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저소득자 밀집지는 MGS사가 건물과 토지를 사서 재건축해 이를 원주민에게
싼값에 불하하는 방식을 취했다.
사회적 동질성을 유지하고 원주민 이탈을 막기 위해 뮌헨시가 취하고 있는
전세금지원 정책도 이채를 띠고 있다.
시는 가옥주에게 재개발비용을 지원해주는 대신 주택임차료 인상은 엄격히
규제했다.
전세입자들에겐 흔히 "보눙(Wohnung)"이라 불리는 입주권을 부여했다.
특히 입주권과 함께 임대료 차익금을 보조하는 "조찌알 보눙(Sozial
Wohnung)"을 빈민들에게 제공했다.
주변 주택임대료가 1평방m당 월 10~15마르크 수준일 경우 빈민들이 3분의
1수준인 4~5마르크를 내고 차액은 시당국이 집주인에게 직접 지불하는
방식이다.
앞으로도 10년간 더 계속될 하이드하우젠지구개발.
사회적 변화까지 생각하고 실수를 사전에 최소화하려는 독일인의 치밀함을
잘보여 준다.
< 김태철 기자 synerg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일자 ).
바이에른 왕국의 7백여년 역사가 살아 숨쉬는 격조높은 문화예술도시다.
알테피나테코 미술관, 레지던츠 등 "찬란한"문화재에 가려 왠만한 유적은
명함도 못 내민다.
관광객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도심의 허름한 건축물도 한 귀퉁이에는
어김없이 3백~4백년전 지어졌노라는 "호적"을 달고 있다.
"프랑스에 파리, 이탈리아에 로마가 있다면 독일에는 뮌헨이 있다"는
독일인의 자부심이 배어있는 곳이다.
뮌헨도심 동쪽을 흐르는 이제르강변 하이드하우젠(Haidhausen).
얼핏보면 일반 주거지역과 다를바 없다.
하지만 이곳 역시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독일인의 철학이 드러나 있다.
"부수고 허물어 개발이익을 많이 남기는 미국식 고층개발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회적 동질성 유지를 목적으로 기존 건물의 층수와 외양을 그대로 살려
"문화박물관" 뮌헨을 이루는 한 조각으로 무리가 없다"(뮌헨시 도시계획국
베크만 쉘터)는 평가 때문이다.
하이드하우젠은 원래 19세기 중반 프랑스 이주민을 중심으로 형성된 주거지.
1960년경에는 이탈리아 그리이스 터어키 노동자들이 몰려들었다.
땅값이 급등한 반면 주거환경은 급속히 나빠졌다.
원주거자들이 계속 떠나 외국인 비율이 한때 주민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높아졌다(1969년 뮌헨시 사회지표).
뮌헨시는 이에따라 1971년 도시건설촉진법을 적용, 본격적으로 도심재개발에
착수했다.
보존가치가 있는 건축물이 많은데다 슬럼화되고 있는 도심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
하지만 대상구역을 확정하고 주민동의를 얻는데 무려 5년이 걸렸다.
관주도의 일방적 개발이 아니라 지역특성에 맞는 직주근접형 재개발에
촛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직주근접형이란 사는 곳과 일하는 곳이 가까운 거리에 있도록 설계한 것.
인위적인 구획획정이 사회계층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뮌헨시는 우선 대상지역을 생활거점을 중심으로 21개 블럭으로 나눴다.
전체 사업부지를 한데 뭉쳐 주거지역 업무지역 녹지 등으로 삼등분하지
않고 지역별로 원래 기능을 재조정하고 건물을 개보수키로 한 것.
완공시점을 2009년까지로 길게잡고 가장 낙후된 곳부터 개발키로 했다.
낙후지역 선정에는 건물노후도뿐만 아니라 소득수준 녹지공간 인구밀도 등
사회적 지표가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개발이후에도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지역적 동질성을 확보"(뮌헨시
통계조사부 한스 부크만)하기 위해서다.
건축양식이 거의 비슷한 것도 흥미를 끈다.
건물은 모두 대로변에 배치하고 건물사이 내부공간은 공원으로 조성했다.
지하는 주차장으로, 지상 1~2층은 상업 및 업무시설로, 지상 3~5층은
주거시설로 각각 만들었다.
도로와 도로가 만나는 건물 모서리지역은 이전에 있던 소규모 상가나
영세공장에 배당했다.
지역중심지에 있는 기존주택지는 일반주거지로 지정해 5층이상 개발을
제한했다.
전면개축이 필요한 블럭도 종전규모 이상으로 늘리지 않았다.
직주근접형 방식을 취하다 보니 각 지역이 별도의 업무 및 상업중심지를
끼고 있지 않아 자족기능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였다.
사업예산은 8억 마르크.
우리돈 약 6천96억원선이다.
비용은 뮌헨시와 함부르크주 독일중앙정부가 각각 3분의 1을 부담했다.
개발주체는 뮌헨시와 금융기관들이 출자한 MGS사.
이 회사는 매년 3천만 마르크 규모의 재개발촉진기금을 이용해 토지매입,
보수자금지원, 건축시공을 담당하고 있다.
지원조건은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소득수준이 높은 곳은 장기저리의 융자금을 알선해 주어 자력재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저소득자 밀집지는 MGS사가 건물과 토지를 사서 재건축해 이를 원주민에게
싼값에 불하하는 방식을 취했다.
사회적 동질성을 유지하고 원주민 이탈을 막기 위해 뮌헨시가 취하고 있는
전세금지원 정책도 이채를 띠고 있다.
시는 가옥주에게 재개발비용을 지원해주는 대신 주택임차료 인상은 엄격히
규제했다.
전세입자들에겐 흔히 "보눙(Wohnung)"이라 불리는 입주권을 부여했다.
특히 입주권과 함께 임대료 차익금을 보조하는 "조찌알 보눙(Sozial
Wohnung)"을 빈민들에게 제공했다.
주변 주택임대료가 1평방m당 월 10~15마르크 수준일 경우 빈민들이 3분의
1수준인 4~5마르크를 내고 차액은 시당국이 집주인에게 직접 지불하는
방식이다.
앞으로도 10년간 더 계속될 하이드하우젠지구개발.
사회적 변화까지 생각하고 실수를 사전에 최소화하려는 독일인의 치밀함을
잘보여 준다.
< 김태철 기자 synerg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