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술품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그림은 고흐(1853~1919)작
"가셰박사의 초상"이다.

89년 낙찰가는 8천2백50만달러.

2위는 르누아르(1841~1919)작 "가레트의 풍차"로 90년 7천8백10만달러,
3위는 고흐작 "아이리스"로 87년 5천3백90만달러에 팔렸다.

이들 인상파 회화 다음으로 비싸게 거래된 것은 피카소 작품.

"피에레테의 결혼식"이 5천1백65만달러, "꿈"이 4천8백만달러에 수장가를
찾았다.

80년대 세계 미술시장은 일본이 좌우했다.

그러나 일본경제의 거품이 빠지면서 미술품값은 동반하락했고 수집가들은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많은 미술품을 구입했던 이토만상사가 도산했고, "가셰박사의 초상"과
"가레트의 풍차"를 사들였던 사이토 료에이 다이쇼와제지 명예회장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가레트의 풍차"를 계열사인 다이쇼와 아시타카에
넘긴채 세상을 떠났다.

이 작품은 결국 지난해말 소더비경매에서 구입가의 3분의2에도 못미치는
5천만달러에 되팔렸다.

최근엔 장기불황을 견디지 못한 일본기업이나 개인이 80년대에 사들인
서양미술품을 대거 매각하고 있다.

지난 5월 소더비 물품의 40%가 일본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날 한 업체는 90년 9백90만달러에 샀던 모네의 "대운하"를 1천2백만달러에
팔았다.

오토폴리스사는 89년 14억엔에 샀던 르네 마그리트의 8연작 "마법에 걸린
영토"를 처분하기 위해 7월 런던 크리스티경매에 내놓는다.

현재 일본의 처분대상 미술품은 1조엔어치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새계 그림값 상승의 주역이던 일본이 애써 모은 미술품을 본전도 못건진채
되파는 것은 거품경제 시절의 과도한 투자와 무작정 따라하기의 후유증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준다.

불황으로 고전하는 일본 대신 빌 게이츠를 비롯한 미국부자들이 미술시장의
새 큰손으로 등장한 것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미술품에는 정가가 없다.

조선조 화가 겸재 정선의 작품값은 당시에 이미 집한채값과 맞먹었다고
한다.

미술품이 재산이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것은 곤란하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거품후유증을 앓고 있는 국내 미술계가 불황을 계기로
아픈 만큼 성숙하기를 기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