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덕 < 통일부 장관 >

이코노미스트 컨퍼런스가 이곳 판문점에서 열린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바로 오늘만해도 판문점에서는 여러가지 중요한 일들이 일어났다.

오늘 오전에는 지난 7년 동안이나 중단되었던 유엔사와 북한군간의 대화가
재개되었다.

또 지난 16일 5백마리의 소를 몰고 방북했던 정주영 회장 일행이 북한과의
협의를 마치고 오늘 아침 이곳을 통해 돌아왔다.

그러나 한반도의 현실을 직시해볼 때 북한의 긍정적인 변화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우리가 추구하는 이같은 통일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바로 어제 동해에서 일어난 일도 북한측이 변하지않고 있다는 또 하나의
징표다.

남북관계가 모처럼 새로운 국면을 맞고있는 시점에서 이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실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진상이 규명되는대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우리는 일방적이고 급진적인 통일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

남북 당사자 원칙에 입각하여 점진적 단계적으로 실현해 나갈 것이다.

새정부가 "평화를 파괴하는 무력도발 불용" "흡수 통일 배제" "남북간
화해 협력의 적극 추진"을 대북정책의 3대원칙으로 정한 것은 바로 이러한
취지에서다.

국제정세의 흐름과 북한의 상황을 조망해 볼 때 남북관계와 통일의 전도는
그 어느 때보다 밝다.

이번 정 회장의 방북은 한국정부의 "정경분리"에 입각한 적극적인 대북
경협 활성화 조치가 구체적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러나 기업인들이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마음놓고 활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여건과 환경이 조성돼야 하고 특히 북한측의 법률적 제도적 배려가
시급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