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9월 홍콩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연차대회에서 IMF는 위원회의
보고서를 통해 회원국간의 자본이동은 철저히 자유화되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는 1944년 IMF를 창설한 브레튼우주협정과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경상무역거래의 자유화만을 강조했을 뿐, 자본이동의 자유화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었기 때문이다.

소위 자본자유화 주창자들은 자유무역의 이념을 그대로 연장시켜 자유로운
자본운동을 무작정 찬양한다.

초국적 자본이동이야말로 올바른 경제운용에는 포상을 내리고 낭비와 방탕에
대해서는 벌을 내리는 "효율의 전도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주름살 투성이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마스크에 불과하다.

1980년대 이후 각국에서 속발하는 금융외환위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본
이동의 자유화는 투기자본의 광폭성을 수반하면서 막대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한 나라에서 발생한 외환위기가 데킬라효과를 통해 인접국으로 확산되고
유동성의 위기가 총체적인 신용공황을 부르고 있다.

그러면 왜 세계가 이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잇는 것일까.

그 답은 항상 그렇듯이 이념과 이권간의 결탁에 의한 것이다.

여기서 이념이란 시장지상주의를 말한다.

모든 것을 사장에게 철저히 맡겨야 한다는 신자유주의의 이념은 오늘날
많은 나라와 대부분의 산업분야에 무차별 적용되고 있다.

또 이권의 논리가 배후에서 작용되고 있다.

월가의 금융기관들은 자본자유화로 돈장사를 벌일 수 있는 범위가 크게
확대되므로 이를 적극 밀어붙이고 있다.

현재 아시아 위기문제의 총사령탑인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이 유력 투자은행
인 골드만삭스 회장 출신이란 사실이 이를 입증해 준다.

94년말 그가 임명되자 백악관과 월가의 강철동맹이란 평이 나올 정도였다.

또한 제임스 올펜손 세계은행 총재도 미국의 대표적인 M&A 중개회사 총수
출신이다.

월스트리트와 워싱턴의 파워엘리트간에 긴밀한 인적 네트워크가 작동하면서
이른바 "금정복합체"가 출현한 것이다.

50년대초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당시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냉전체제의 배후에 군산복합체의 이권이 작용하고 있음을 지목하고 우려의
시선을 보냈었다.

이후 미국의 세계전략은 방위산업체와 군부간의 이권결탁이 극으로
치달으면서 케네디의 암살과 베트남전쟁의 확전으로 이어졌다.

냉전종식 이후 군산복합체를 대체한 금정복합체가 향후 세계를 어디로
몰고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 극한적인 파국을 피하려면 어떤 형태든간에 금융주변국들간의 결속이
다져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찬근 < 인천대 교수 ckl1022@lion.inchon.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