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희 < 주신경정신과 원장 >

IMF체제이후 많은 가장들이 평생직장이라고 믿고 다니던 직장을 떠나고
있다.

사회생활을 못할때 남성들은 가장 슬프다고 한다.

직장을 잃는다는 것은 경제적 곤란 뿐만 아니라 사회적 성취욕구나 소속감
의 박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위기에 처하면 남성과 여성은 해결방법이 각기 다르다.

남자는 감정을 억압하고 혼자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어느정도 해결돼야 남과 대화하려 한다.

반면 여자는 대인관계속에서 자신의 고통이나 괴로움을 하소연하면서
감정발산을 택한다.

그래서 여자는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감정발산을 못하면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

남편이 실직의 분노와 고통에 빠져있을때는 아내는 대화를 피하는게 좋다.

남편의 감춰진 분노가 터져 큰 상처를 입을수 있다.

평소 사이가 나빴다면 남편이 가출할수도 있다.

남편은 아내하기 나름.

아이가 밖에 나가 맞고 들어오면 "너는 왜 맞고만 들어오니, 너도 좀
때려줘" 하면 아이는 기가 죽고 주눅이 든다.

또 앞으로도 맞고 들어올 확률이 높아진다.

반대로 "얼마나 아팠니, 괜찮아"하고 눈물을 닦아주고 꼭 끌어안아주면
아이는 슬픔을 위로받고 안심이 돼 앞으로 점점 씩씩해지고 도전할 용기를
얻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실의에 빠진 남편에게는 "그동안 가족을 위해 너무
고생했어요. 이젠 좀 쉴때도 된 것 같아요. 천천히 쉬면서 우리들의 지난
생활을 돌이켜 보고 미래를 계획합시다. 절약하면 먹고 사는데 별 큰 돈이
들지 않아요"라고 말하는게 좋을 것이다.

우울한 남편의 기살리기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남자들은 여자로부터 위로와 칭찬을 받으면 용기가 생기고 비난을 받으면
기가 죽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다정하고 웃는 얼굴로 대하면 어느새 남편은 새롭게 도전할 용기를 얻게
된다.

마음의 준비가 안된 남편에게 서툰 사업정보를 가져와 이렇게 해보자고
재촉하다간 오히려 새 일을 시작해 망칠수 있다.

남편을 돕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내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아내의 행복은 가정의 행복이다.

남편은 아내가 맛있는 음식을 할때 가장 아내가 사랑스럽고 행복하다고
한다.

남편책상에 편지나 꽃한송이를 놓는 낭만적인 배려도 남편을 감격시킬
것이다.

억지로 남편을 행복하게 만들려 할것이 아니라 자신이 행복하게 느끼는
것을 찾아서 즐겁게 지내면 어느새 남편은 침체를 딛고 일어설 것이다.

아내의 즐거운 감정이 남편에게 전염되도록 하자.

* 718-5239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