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로 확정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방북은 한마디로 정회장
답다.

5백마리의 소떼와 함께 육로로 가겠다는 발상은 단순하다면 단순한 것이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소떼를 몰고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길을 두고 비행기를 타고 남의
나라에 가서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가야하는 "현실"에 대해 민간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공격이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주민들에게 남쪽의 실상을 알리는데 아마도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정말 경제인다운 묘수를 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반세기 분단이후 민간인이 판문점을 통해 방북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의 이번 방북은 성사 그 자체만으로도 상징적인 의미가 적지않다.

89년 대기업총수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한 바 있는 정회장은 지난 2월초
현대관계자들을 베이징에 보내 이번 방북교섭을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측은 정회장의 제의를 계속 거부하다가 지난 8일 군사정전위 비서장급
접촉에서 유엔사-북측간 장성급대화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정회장의 육로를
통한 방문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성급대화합의를 내세워 북한 관계당국이 정회장의 판문점통과를 반대해온
군부를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는게 우리측 당국자들의 풀이다.

최근들어 남북관계는 다소 풀리는 듯한 기미가 없지않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워싱턴에서 김대중 대통령도 <>정회장의 판문점을 통한 방북의 성사
<>베이징 차관회의에 북한측 참가 등을 들어 긴장완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대통령이 클린턴 미국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제재를
전면 해제하라고 요구했다는 일부 미국 언론의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한국정부는 앞으로 남북관계개선을 위해 주도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김대통령의 방침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기대하는 바 크다.

물론 남북간 긴장완화는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고 또 갑상적으로 성급하게
다룰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시각도 없지않을 것이나, 정부가 기본적으로
전진적인 자세를 확고히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남북한간 경제교류확대가 가장 효과적인 긴장완화방안이라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바로 그런 점에서 소떼로 장벽을 열고 금강산공동개발을 성사시키겠다는
정회장의 움직임은 더욱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미국 등 외국에서도 정회장의 소떼몰이는 커다란 관심을 모으고 있어
세계적인 이벤트가 된 감도 없지않다.

정회장과 함께 북한으로 가고 소떼들은 북녘땅 각지에 흩어져 논밭을 갈며
북한주민들과 함께 생활하게 될 것이다.

부디 잘자라 긴장과 대립에서 협력으로의 남북관계전환에 씨앗이 되고
상징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