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초반부터 나오기 시작한 말레이시아의 프로톤(Proton)은 동남아시아
최초의 국민차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말레이시아를 값싼 노동력과 상품의 나라에서 고부가
가치제품을 스스로 생산하는 선진국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이 국민차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였다.

즉 다른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프로톤도 정부의 보조금, 외국자동차에
대한 높은 관세, 그리고 외국회사(프로톤의 경우에는 일본의 미쓰비시)의
도움이라는 세 요인의 결합으로 태어난 것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프로톤은 스스로의 힘으로 홀로 설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우선 말레이시아는 1인당 자동차구매대수가 태국의 두배, 인도네시아및
필리핀의 무려 열배일 정도로 동남아에서는 꽤 큰 자동차 내수시장을 갖고
있다.

그리고 프로톤이 속해 있는 하이콤(Hicom)의 정부지분을 말레이시아 재계의
거물인 야하야 아마드씨가 인수하였다.

야하야 회장은 과감한 원가절감정책을 폈으며, 미쓰비시로 하여금 기술을
더 많이 전수하도록 하기 위해 영국의 로터스(Lotus)를 인수하고,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엥(Peugeot-Citroen)과 합작기업을 설립했다.

또한 2000년까지 생산량을 현재의 세배인 50만대로 늘리기 위해 제2의
프로톤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는 2003년에 자동차시장을 개방하기로 되어 있는데, 생산규모가
그 정도는 돼야 장차 외국회사들과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게다가 말레이시아에서는 고객이 자동차값의 10분의1만 내고 나머지는
10년에 걸쳐 갚도록 할 만큼 할부판매조건이 좋으며, 독일의 벤츠에 3백50%의
관세를 부과할 정도로 수입차에 대한 관세율이 높다.

이러한 여러 가지 좋은 조건 덕분에 프로톤은 급성장하는 내수시장의 50%를
차지하였고, 최근에는 유럽과 호주에 대한 수출을 해마다 2배 가까이
늘려왔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틀어지기 시작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야하야 회장이 헬리콥터사고로 숨지고, 8월에는 동남아의 경제
한파가 말레이시아를 덮쳤다.

정부가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소비자융자를 억제하는 정책을 쓰자,
자동차내수시장은 큰 타격을 받는다.

프로톤은 금년 4월에 자국내에서 5천5백대를 팔았는데 이것은 작년 4월
실적의 절반밖에 안되는 것이다.

또한 프로톤은 수입부품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링기트화가 40% 평가절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원가경쟁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프로톤은 부랴부랴 지난 12월 제2공장의 건설을 일단 중지하고, 완공을
2003년으로 늦췄다.

그러나 바로 그 해 말레이시아는 자동차시장을 전면 개방하기로 되어있다.

그래서 이제 프로톤은 시장개방시기를 늦추기 위한 로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필화 < 성균관대 교수 / 경영학 phyoo362@hitel.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