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곤 <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원장 >

곧 민선지방자치 1기를 마감하게 된다.

91년 지방의회가 부분적으로 먼저 출범하고 이어 95년에 단체장까지 선출한
온전한 형태의 지방자치가 출범할때 회의적인 눈으로 지방자치제를 본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3년을 되돌아보면 지속적인 보완이 따른다면 1990년대에
부활한 지방자치제는 성공작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지방자치제가 한국사회의 변화를 지방 구석구석까지 확장하는데
기여하였다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일반 국민들의 주인의식이 미진한 것이 사실이지만 참여의
필요성과 공동체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어 시민사회
의 구축에 일조할 것으로 생각한다.

단체장을 중심으로 "지방경영"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쓸 정도로 지방정부의
운영 효율성을 제고하고 지방정부가 지역주민의 삶의 질과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어 왔다.

다양한 제도개혁도 단행되었다.

그간의 획일적인 행정조직에서 벗어나 주민만족 경영을 위한 조직과 인사
체계를 갖추려고 시도하였다.

실제 성과는 아직도 미지수지만 적어도 외형적인 변화는 시도되고 있는
셈이다.

행정서비스 측면에서도 눈에 띄는 개선이 있었다.

공무원의 친절도는 분명히 높아졌다.

봉사행정을 구축하려는 열기가 높다.

민원업무의 처리에 있어서 시스템의 변화나 민원수요의 근원적 감축으로
까지는 못나가고 있지만 그래도 주어진 법규내에서 민원을 줄이려는 노력은
가상하다고 평가해야 한다.

각 지역마다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나름대로 달성하려는 재정적 제도적
조치를 내걸고 있다.

물론 상당한 무리수가 있어 보이지만 "지방"이 나름대로 하나의 생존과
번영의 단위가 된 것 자체가 역사적인 사건이다.

단체장과 의회는 다양한 지역계획과 지역발전 프로그램을 만들어 중기
재정계획을 통하여 이를 실천하려고 하고 있다.

해외자본을 유치하고 국내산업을 진흥시켜 수출까지 하는 노력을 기울인
지역도 적지 않다.

물론 이같은 노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아직도 이르다.

그러나 세일즈맨 시장이니 해외시장 개척이니 첨단산업단지 유치니 하면서
종전 관선단체장체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시도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는 지방이 장기적으로 나아갈 방향과 일치하는 것이다.

이러한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그리고 아직은 지방정부 단위의 위기 대응책이 묘연한 상황에 처해 있다.

그간 단체장들이나 의회가 보여준 열기는 적지 않은 것이었지만 구호 만큼
내실화가 되고 있는가 하는 점에서는 반성할 점이 적지 않다.

선심행정이라고 불리는 지방행정과 재정의 과도한 정치화와 성급한 시책의
도입은 이제 제2기로 접어들면서 냉정하게 평가되어야 할것이다.

그리고 지방정부의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지 못하면서 외연으로만 치달은
허세적 경영화도 경제위기 상황에서 된서리를 맞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제부터는 자치행정체계나 권한의 이양과 같은 핵심적인 제도 보완과
더불어 지방정부내에서도 한 차원 높은 전략경영이 필요한 시기에
접어들었다.

주민들은 보다 냉정한 주인으로서 집행부와 의회를 보아야 한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경제사회적 어려움은 과연 지방이 뱉아놓은 구호처럼
위기대응능력을 구비하였는가를 시험할 것이다.

도전에는 지도와 지혜가 필요한 것처럼 제2기 지방경영도 소프트웨어나
노하우를 축적하여 지방의 번영을 위한 핵심가치를 구현하여야 할 단계에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