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수씨(33).

경희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91년 자매결연대학인 영국 뉴캐슬대에 교환
학생으로 유학온 그는 3년전인 95년 영국인 친구의 소개로 NDC(영국북부산업
개발공사)를 알게 됐다.

당시는 삼성전자가 대단위투자를 하는 등 한국기업들의 영국행이 한창일때.

NDC에서는 한국투자자들을 위해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이 필요했고 그는
NDC 본사의 첫 한국인 직원이 됐다.

NDC 서울지사를 통해 뉴캐슬 본사로 오는 한국기업인들은 투자환경을
알아보기 위해 여러 곳을 다닐 필요가 없다.

투자결정을 내렸다해도 해당 관청들을 순방할 필요가 없음은 물론이다.

그런 일은 모두 윤씨에게 맡기면 그만이다.

윤씨가 투자와 관련된 모든 절차를 처리해 주는 1인창구인 셈이다.

이른바 "원스톱(One-Stop)서비스".

이후 모든 과정은 NDC내에서 "자동적"으로 돌아간다.

물론 모든 일을 담당직원 혼자 하는 것은 아니다.

NDC 직원들의 역할분담에 따라 시청업무는 시청담당이, 환경업무는 환경
담당이 하는 식으로 빠르게 움직인다.

단순한 행정처리는 물론 유럽연합 중앙정부 등 관련기관들과 연계해 충분한
보조금을 받게 해주는 기능까지 한다.

인력을 어떻게 조달하고 교육은 어떻게 시킬 것인가, 주변기업과의 협조
관계는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등을 모두 NDC에서 해결해 준다.

"외국기업 입장에서 보면 해외투자는 리스크가 많은 사업입니다.

때문에 일처리를 해주는 기관이 분산되어 있으면 곤란하지요.

한 기관에서 모든 것을 맡아 처리해 줘야 낮은 코스트로 투자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가장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해 투자자들이 최대의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슬로건입니다" (크리스 프레이저 NDC투자담당임원)

원스톱서비스는 NDC만의 자랑거리가 아니다.

영국의 모든 투자유치기관이 갖고 있는 기본 메뉴이다.

웨일스개발청(WDA)은 "팀 웨일스"라는 독특한 조직을 통해 원스톱서비스에
접근한다.

유망한 투자업체들이 웨일스에서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아내 이를 충족
시키기 위한 팀을 구성하는 것.

"한 곳에서 모든 요구사항을 해결해 주는게 목적이지요.

이를위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다양한 유관기구들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놓고 있습니다" (데이빗 로-베도 청장)

LG그룹같은 덩치 큰 업체가 들어올 때는 대규모 팀을 새로 조직해 애로
사항을 풀어준다.

이들이 특히 중점을 두는 분야는 인프라지원.

투자규모나 고용창출 정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공장부지를 아주 저렴한
값으로 제공해 주려고 한다.

각 개발청들은 경쟁적으로 공공부지를 개발, 싼값에 제공하거나 민간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를 매입해 임대해 준다.

웨일스뉴포트시에 전자와 반도체공장을 세운 LG는 바닷가에 인접한 30만평
규모의 부지를 우리 돈으로 평당 4천원에 불하받았다.

"아주 마음에 드는 땅입니다.

카디프와 런던을 잇는 고속도로 바로 옆에있어 물류비용을 크게 줄일수
있는데다 지반도 튼튼해 높은 정밀도가 요구되는 전자와 반도체공장이
들어서기에는 그만이지요.

이런 땅을 그 정도 가격에 살수 있다는 것은 한마디로 "파격"이지요"

김충배 현지법인장의 말이다.

LG에 앞서 북잉글랜드 윈야드에 가전복합단지를 세운 삼성도 공장부지
25만평을 평당 5천원에 매입했다.

주변 시세가 평당 5만원선이니 10분의 1값에 산 셈이다.

싼 값의 공장부지제공은 그러나 큰 메리트로 볼수 없다.

한국 투자자들을 더욱 놀라게 만드는 것은 공장이 들어서는데 필요한
부대시설을 모두 갖춰 준다는 점.

LG공장의 경우 WDA측에서 고속도로에서 공장까지의 진입로를 건설해준 것은
물론 변전소를 세워 고압선을 끌어다주고 상하수도시설도 구비해 줬다.

모두 공짜로.

직원들의 교육훈련을 위한 트레이닝센터건립과 교육비용까지 무상으로
지원받았다.

최근에는 기차역까지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물론 투자유치기관이 만능은 아니다.

영국도 그린벨트안에서는 아무리 좋아도 공장짓기 어렵다.

환경과 안전에 대한 규제는 한국기업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까다롭다.

하지만 항상 고객의 입장에 서 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찾아주려 합니다.

다른기관들과 충돌이 생기면 나름대로 "베스트 딜"을 이끌어 내려고
하지요"

WDA의 마이크 슈크만 LG담당이사의 말이다.

땅주고 직원교육시켜 주고 모든 규제를 없애 줄테니 투자만 해달라는 나라.

"기업경영천국"은 바로 이런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 뉴캐슬 = 육동인 기자 dongi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