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유화 등 소재산업은 날로 늘어나는 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제조업체들의 생산이 줄고 가동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수요가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그나마 수출로 버텨왔으나 국제시세의 하락및 선진국의 수입규제
등으로 이제는 수출증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국내 철강업계의 재고는 4월말 현재 2백5만여t에 이르고 있다.

작년 4월보다 25만t이 늘어난 수치다.

3월의 2백18만t 보다는 줄었다.

판매가 잘돼서가 아니다.

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냉연강판의 경우 4월재고는 38만t에 달했다.

수요처인 자동차업계의 가동률이 40%대로 급락하면서 재고물량이 적정수준의
1.5배를 넘었다.

핫코일은 38만t, 아연도 강판은 19만t이 업체들의 창고에 쌓여있다.

건자재로 사용되는 철근과 형강도 마찬가지이다.

철근의 경우 4월말 현재 17만t이 재고로 가량이 널려있다.

3월에 비하면 3만t 정도 줄어들었으나 건설경기 부진으로 수요가 늘어나지
않아 재고조정을 위한 감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철강업계는 국내수요 부진에 따라 그동안 수출확대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4월에 재고가 다소 감소한 것도 수출 덕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수출증가도 기대하기 어렵게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EU 등의 견제가 워낙 심해져 수출전선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라고 말했다.

재고가 쌓이기는 석유화학제품도 만만치 않다.

유화업체들은 정기보수를 앞당겨 실시하면서 가동률을 낮추고 있지만
판매가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애를 먹고 있다.

이에 따라 PX(파라자이렌)공장을 시작으로 감산에 들어가는 업체들도
많아지고 있다.

석유화학의 기초원료인 에틸렌의 경우 4월재고는 4만2천8백t으로 작년
4월보다 35%가 늘었다.

이 추세는 5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합성수지 재고는 지난달 48만2천t으로 작년 동기보다 5.6%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LDPE(저밀도폴리에틸렌)의 경우 51.6%가 급증하는 등 품목별로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합섬원료의 경우는 4월에 재고가 11만8천t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63.5%나 증가했다.

특히 아크릴사의 원료인 AN(아크릴로니트릴)모노머의 경우는 1백36%가
늘어 업체들이 재고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합성고무의 경우는 타이어 수출증가 등에 힘입어 재고부담이 적은 편이지만
4월에 재고가 3월보다 7% 증가하는 등 창고가 좁아지기 시작했다.

유화업계는 일부 업체들이 정기보수를 실시하면서 가동률을 80%대로
낮췄는데도 4월에 재고가 많이 쌓인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정기보수가 끝나 대부분 회사들이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하는 6월부터가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합성수지 판매의 경우 4월들어 작년 동기보다 무려 27%나 줄었다.

올들어 4월까지 판매실적도 작년동기비 28.7%가 감소했다.

정기보수가 끝나 각 업체들이 생산을 시작하면 재고는 눈에 띄게 늘 것이란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체들의 가동률이 정상으로 올라가지 않는 한 한동안
소재산업의 재고는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