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반정부 소요사태가 전국적인 폭동으로 번지면서 막다른
국면으로 접어드는 느낌이다.

사흘동안 계속된 시위와 폭동으로 수도 자카르타시는 무정부 상태에
빠졌으며 지금까지 모두 21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이렇게 악화됨에 따라 어제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외환결제를
포함한 모든 은행간 청산거래를 중단한다고 발표하는 등 금융시장이 마비
상태에 빠졌다.

지금 상황에서 우리정부의 당면과제는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현지교민들의 안전과 진출기업의 이익보호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인도네시아 사태로 인한 동남아 통화위기의 악화가능성에 대비
하는 일이다.

이밖에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과 함께 지금의 위기를 가능한한 빨리
수습하도록 인도네시아 정부에 대해 촉구하는 외교적인 노력도 기울여야
하겠다.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1만여명이 넘는 우리 교민들이 살고 있으며 지난해
에만 수출 35억달러 수입 41억달러 등 교역규모가 76억달러에 이르는 주요
교역상대국이다.

전자 자동차 건설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한 투자규모도 지난 3월말 현재
12억3천만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올해 1월말 기준으로 은행 종금 리스 등
국내 금융기관들의 채권총액은 55억달러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통화위기가 발생한뒤 이미 교역규모가 크게 줄었으며 현지 경제
사정의 악화로 인한 영업위축 및 공사중단 등은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한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하겠다.

한 예로 수출대금 및 공사미수금 등을 인도네시아로부터 수입한 원자재
수입대금과, 그리고 회수불능채권과 국내에 투자된 인도네시아 자산을 각각
상계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해볼만 하다.

특히 10억달러에 달하는 신용대출의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채권회수를 위한 미국 일본 등 주요 채권국들과의 협조체제 구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인도네시아 사태가 불러올 동남아 통화위기의
재발 가능성이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개혁안 수용여부는 관심대상이 아니다.

장기독재에 따른 부정부패 족벌체제 등을 총체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정정불안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이 경우 지난 2월말 현재 모두 1천3백17억달러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외채상환이 전면 중단되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에따라 동남아 각국은 주가폭락 환율급등 대외신인도추락 등 또한차례
심한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으며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특히 인도네시아에 대한 최대 채권국인 일본 금융기관들이 추가적인
거액의 부실채권 발생으로 인해 해외대출 및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불똥이 우리에게 떨어질 것은 분명하며 자칫 전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하겠다.

최근 일본은행도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때마침 어제부터 영국 버밍엄에서 열리고 있는 선진 8개국(G8)정상회담이
인도네시아 사태를 최대한 빨리 수습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되어야 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