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치 <철강협회 부회장>

철강이 IMF위기를 해결하는 첨병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1~3월중 철강수출은 전년 동기비 57.6%나 증가한 4백39만t
(20억2천2백만달러)을 기록, 업종별 수출증가율 1위를 차지해 외화획득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내수시장 침체에 따른 대안으로서 모색된 해외 건설업계와의 협력을
통한 철강재의 해외공사 수출금액만도 1억5천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최초로 타업종간 공조를 통해 IMF위기를 타개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많은 관심과 격려의 대상이 되었음은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최근의 수출증대는 철강협회 전 회원사가 팔을 걷어붙이고 수요업체를
직접 방문해 세일즈 활동을 벌이는 발로 뛰는 현장경영의 결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출 증대의 길이 늘 평탄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물량은 연초부터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으나 지난 3월까지 수출액의
증가율은 물량 증가율(57.6%)에 휠씬 못미치는 20.8%에 그치고 있다.

무역흑자 기조에 심상찮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4월에 들어서는 수출 증가율마저 크게 둔화되고 있어 수출비상
대책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배경으로는 내수침체에 따른 물량소진 압박과 환율상승의 호기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욕이 너무 앞서 업계간 지난친 과당경쟁을 초래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바이어들의 단가인하요구를 쉽게 들어주고 따라서 수출
채산성도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주요 교역국으로부터 수입규제 움직임도 노골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미국과의 통상마찰이 주종을 이루었으나 이제는 EU 동남아등으로
번지고 있으며 인도및 중국 일본의 경우도 우리의 수출가격에 대해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더구나 일본의 엔화가치 하락이나 중국 위안화의 절하 가능성도 우리의
수출경쟁력을 위협하는 잠재 요인들로 지목되고 있다.

물론 우리 경제의 생사여부가 수출에 달려있음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에 앞서 무리한 수출증가는 화를 자초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철강업계는 최근의 수출동향과 교역국의 상황을
면밀히 종합분석해 무리한 수출증가보다는 안정적이고 착실한 수출기반을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철강업계가 모두 한마음 한뜻이 돼 경제살리기에 앞장서고
철강수출이 경제위기를 돌파하는 견인차 역할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