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와 한국은 경영환경이 아주 닮았다.

목재를 수입, 가공한 뒤 내수판매하거나 수출한다.

양국 근로자들은 손재주가 뛰어난 것은 물론 기질까지도 비슷하다.

한데 이탈리아는 어떻게 연간 80억~1백억달러를 수출하는 세계 최대
가구왕국의 자리를 차지하고 한국은 기껏 2억달러가량을 선적하는데 그치는
것일까.

밀라노에서 1시간정도 떨어진 메다지역.

가구산업의 메카라고 불리는 이곳엔 수천개의 가구업체가 밀집해 있다.

이들업체는 대부분 종업원 20~30명의 중소기업.

식탁의자업체인 두비니는 30명, 침대장식업체인 바르니니는 40명이다.

1백명이 넘는 업체는 비앤드비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들은 철저한 분업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예컨대 식탁의 다리만 만드는 업체, 상판만 제조하는 업체, 의자의
등받침만 생산하는 업체 등 극도로 분업화돼 있다.

또 대다수 업체들이 대를 이어가며 가구업에 종사하고 있다.

생산만 분화된게 아니다.

디자인은 외부 프리랜서 디자이너로부터 제공받는다.

브랜드를 관리하고 수출하는 업체는 따로 있다.

그러다보니 한 업체 내에 생산과 디자인 영업 수출부서를 갖출 필요가 없다.

한국과 같이 종업원 수백명을 두지 않아도 된다.

한국의 가구업체는 2천여개.

이탈리아는 3만여개로 업체수는 훨씬 많지만 이들중 상당수가
가내공업수준의 영세업체여서 단순비교는 무리다.

로마는 군사력으로 세계를 지배했지만 이탈리아 가구업체는 개미군단이
뿜어내는 전문화된 기술력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다.

체계적인 교육시스템도 강점이다.

리소네 베네토 끄레모노 등 10여개 가구전문학교가 지역별로 있다.

이들은 이론과 실습을 균형있게 가르치며 졸업후엔 곧바로 제품을 생산할수
있도록 실용적인 분야만 교육한다.

디자인능력이 뛰어난 것도 강점이다.

밀라노에만 가구업체에 디자인을 파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이 수만명에
이른다.

상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모양의 가구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이같은 거대한
디자이너 그룹이 있어서 가능하다.

하지만 전문화와 교육시스템 디자인만으로 양국의 격차를 설명할순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Made in Italy"와 "Made in Korea"의 차이인지도
모른다.

국가브랜드를 어떻게 높일수 있는가 하는 것은 가구뿐 아니라 전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과제라고 할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