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규 < 에너지경제연 연구위원 >

작금의 IMF사태에서 우리는 준비부족과 실기의 대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IMF사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선진국들의 국제적 압력의 실체와 위력,
조기경보체제의 중요성, 사전적 준비의 시급성에 대한 교훈을 주고 있다.

모두가 IMF에 매달리고 있는 동안 또 다른 실기의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
바로 "기후변화협약"과 "교토의정서"에 대한 대응문제다.

92년 "리우환경회의"에서 채택된 "기후변화협약"에 이어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1백70여 국가들의 협상끝에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었다.

이들 조약은 지구의 온난화를 야기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시켜 다음
세대에 환경적으로 안전한 지구를 물려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토의정서 회의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냈다.

첫째 2008년 2012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에 배출했던 양보다
EU국가는 8%, 미국은 7%, 일본은 6%를 감축하여야 한다.

체코와 같은 동구권 국가도 8% 감축해야 한다.

둘째 국제적으로 이산화탄소에 대한 배출권 거래제도가 도입되게 되었다.

자국에서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 귀중한 달러를 주고 다른
나라로부터 이산화탄소 배출권리를 구입하여야만 한다.

이제부터 이산화탄소는 대기중의 자유재화가 아니라 가격꼬리표가 붙는
상품이 되는 것이다.

셋째 개도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도 규제하려 했던 선진국들의 시도는 일단
무산되었다.

경제성장을 위해 에너지사용과 이산화탄소를 증가시키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개도국 주장이 관철된 것이다.

따라서 현재 개도국으로 분류되어 있는 우리나라는 형식논리상 당장의
부담은 면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결과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1990~95년 연평균 7.5%의 GNP 증대를 위해 연 9.1%의 이산화
탄소 배출증가를 기록하였으며, 1인당 배출량은 2.2t으로 일본과 같은
수준이 되었다.

더 나아가 2000년에는 90년 대비 1백28%, 2010년에는 2백32%의 이산화탄소
배출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따라 2010년에 배출총량 기준으로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독일 다음
으로 전세계 6위, 1인당 기준으로는 5위에 위치하게 될 전망이다.

물론 IMF 사태로 경제성장률이 하향조정됨에 따라 이러한 수치는 어느정도
나아질 것이지만, 문제는 교토회의에서 선진국간의 이해대립 조정이 완료됨에
따라 선진국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규제압력을 집중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앞의 수치가 웅변적으로 말해 주듯이 세계경제 11위권이며 OECD 회원국인
우리나라가 이산화탄소 감축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을 찾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가 사전적인 준비없이 규제를 받는 경우 그 영향이 실로 엄청날
것이라는건 불을 보듯 뻔하다.

선진국들은 GNP가 1% 성장할때 이산화탄소는 약 0.3% 증가하는데 반해,
한국은 GNP가 1% 성장할 때 이산화탄소가 1%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규제대상국이 되는 경우 GNP에 대한 악영향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현재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다양한 에너지절약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앞에서 언급한 사전적인 준비로는 턱없이 부족할 뿐이다.

에너지다소비적 산업구조, 에너지 무관심형 사회시스템, 에너지 낭비적
소비행태 등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하려는
세계적 조류에 대해 역행하는 것이다.

다행히 기후변화협약과 교토의정서에서 요구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저감
정책은 우리나라가 추구해야 할 방향, 즉 저에너지형 산업과 고부가가치형
산업중심의 발전전략과 정확히 일치되고 있다.

97%의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더욱 중요한 사항이다.

또한 강력한 에너지효율화 에너지절약 기술개발 연료전환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얼마든지 가능한 방안이나 인식부족과 우선순위의 하락
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다.

우리는 IMF사태를 교훈삼아 이산화탄소 규제에 대해 기업과 정부의 대대
적인 인식전환과 철저한 사전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이다.

고탄소의 에너지를 다량 투입함으로써 생산량이 증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득이 감소되는 이산화탄소 규제시대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전준비를 뒤로 미루면 미룰수록 사회시스템이 고착화되어 대응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뿐이다.

이산화탄소 배출과 에너지 소비를 강력히 억제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외화를 절약할뿐만 아니라, 향후 21세기에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가능케
하는 방안이라는 인식전환이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