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즈워스를 이끌고 있는 에드워드 리스터 의장을 만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실제로 영국인들은 의회 대표를 의장(chairman)이라고 부르지 않고
지도자(leader)라고 부른다).

"낮에는 여러 가지로 업무가 바빠 한가롭게 이야기할 수 없으니 밤 늦게
만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했다.

약속된 날 밤 8시에 완즈워스 구청 집무실로 그를 찾아갔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고 아무도 없는 시간이었다.

그는 검소해 보였으며 의장이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권위의식같은 것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우선 관심사인 경쟁입찰제도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경쟁입찰시 업자선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인가.

<>리스터의장 =서비스의 질과 가격이다.

가격이 아무리 싸더라도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면 주민의 불만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입찰제로 얼마나 득을 봤다고 평가하나.

<>리스터의장 =기대이상의 성과가 있었다.

일부 쓰레기처리와 청소부문의 경우 경비가 4분의1로 줄어든 경우도 있다.

-입찰실시를 위한 구청기능의 분류작업이 쉽지는 않을 텐데.

<>리스터의장 =그렇다.

예를 들어 쓰레기 청소 주차 도로 유지보수 등은 전통적으로 실시해오던
구청 본연의 업무이므로 그 작업의 성격을 규명하고 이를 입찰에 부쳐
민간에 이양하는 것이 어려운 작업은 아니다.

그러나 인사관련, 정보기술, 재무관련 서비스 등에 대한 작업정의(job
description)는 그리 쉬운 작업이 아니다.

-모든 기능을 민간에 이양하고 나면 실제로 구청이 하는 일이 없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리스터의장 =우리는 바로 그것을 노리고 있다.

우리가 할 일이 적으면 적을수록 구정이 잘 되고 있다는 뜻이다.

민영화가 1백% 완전히 이루어진(fully privatized) 경우라면 낙찰자에게
낙찰증서를 전달하기위해 1년에 한 번 정도만 모이면 될 것이다.

-완즈워스를 다른 구의회와 비교해서 설명한다면.

<>리스터의장 =학교급식의 경우 우리 완즈워스는 "뜨거운 점심"(hot
midday meal)을 1.1파운드에 제공하고 있지만 노동당이 지배하는 이웃
구에서는 이보다 비싼 가격으로, 그것도 "차가운 스낵"(cold snack)을
제공하고 있다.

주민세를 보더라도 완즈워스의 주민들은 지방자치구들중 가장 적은 세금을
내고 있다.

(이웃 람베스자치구의 경우 반대로 가장 높은 주민세를 낸다)

-입찰제도 실시 이후 구청직원들의 자세나 태도에 변화가 있으리라 보는데.

<>리스터의장 =그 점이야말로 부각시키고 싶은 부분이다.

우리구 직원들의 태도는 과거보다 현저히 친절해졌다.

단적인 예로 전화벨이 세번이상 울리게 방치되는 일은 이제 별로 없다.

완즈워스에서 이른바 관료주의(bureaucracy)는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