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IMF사태의 조기극복을 위한 핵심대책의 하나로
근로자 사용자 정부측이 고통분담과 국제경쟁력 회복에 공동참여하는
"노-사-정 국민협약"체결을 추진하고 있어 그 성사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협약에는 IMF사태가 극복될 때까지 노동계는 임금동결 또는 삭감의
감수와 파업자제 정리해고제 수용, 사용자는 해고의 최대한 자제와
기업경영정보 공개를 통한 투명한 경영을 다짐하는 한편 정부는 고용안정
대책과 실업보험 등을 통한 실업자구제대책 마련 등에 최선을 다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김 당선자는 지난 24일 경제단체장들과의 회동에서도 이같은 협약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26일 노총지도자들을 만난데 이어 27일에는 민주노총
간부들을 만나 노동계의 동참을 당부할 예정이다.

물론 이런 식의 사회적 합의가 어떤 실질적 효과를 가져올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업경쟁력제고와 고용안정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는 묘책이
있을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 고통분담의 최대 당사자인 노동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성사여부도
불투명하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유연성제고를 위해 정리해고제를 내년으로 앞당겨
실시키로 IMF에 약속한 이상 그 정지작업을 위해서도 국민협약은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노-사-정 합의는 노동계가 주장하듯이 기업편향적인 것이 아니다.

잘만 운영하면 직무분할 양보교섭 순환휴직제 등을 적극 활용해 감원을
최대한 막고 실업자에 대해선 재취업을 위한 직업훈련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정리해고제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효과적인 보완장치가 될수도
있다.

지난 95년초 멕시코가 우리와 비슷한 경제위기에 처했을 때 노-사-정
공동협약을 통해 급속한 경제회복의 기반을 마련했던 선례에서도 그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하겠다.

특히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결정할 때 노동시장의
유연성문제를 핵심사항의 하나로 꼽고 있음에 비추어 이같은 공동협약은
중요한 외국인 투자유인책의 하나가 될수도 있다.

또 국내 산업현장에서는 노사간 힘겨루기로 인한 에너지낭비를 줄이는데
적지않은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 26일 노총지도부가 김 당선자의 노-사-정 국민협약제의에
대해 무조건 반대만 할 상황이 아니라면서 상당부분 수용할 뜻을 시사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아직 민주노총측이 정리해고를 전제로한 협약추진에 강력반대한다는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지만 고통분담에 대한 국민적 컨센서스로 미루어 김
당선자의 리더십이 십분 발휘된다면 협약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우리는 지난 93년과 94년 노사간 중앙단위의 사회적 합의가 임금협상과
산업평화에 끼친 긍정적 영향을 기억하고 있다.

노-사-정 모두 그 당시의 경험을 거울삼아 이번 국민협약체결에 전향적
자세를 가져주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