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가 사슴을 먹겠다고 달려들면 사슴 한 마리가 희생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차동세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은 11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생산성본부 주최로
열린 조찬강연회에서 최근의 금융.외환위기 상황의 해법으로 이같은 "사슴
희생론"을 펴 눈길을 끌었다.

차 원장은 "경제는 동물의 세계로서 사자가 사슴을 잡아 먹으려 하면
눈물을 머금고 사슴 새끼 한 마리를 내줄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니냐"며
"국내 금융기관 폐쇄나 인수.합병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자가 포식을 하면 평화가 유지되기 때문에 먹히는 것을 원통
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전개하면서 "사슴이 다리에 힘을 기르고
나면 사자가 쫓아와도 달아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일본에 무수히 많은 기업을 내주면서도 결과적으로 튼튼
하게 살아 있다"며 "은행이나 기업을 망하지 않게 하려다가는 나라가 망할
수 있다는 점을 국민들이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함께 최근 정치권 일각이 국제통화기금(IMF)와의 재협상을 주장
하는데 대해 "사자가 달려든 이상 뾰족한 수가 없다"며 "재협상한다고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박영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