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와 독일벤츠사의 협상전모가 무성한 루머에도 불구, 좀처럼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증시에서는 벤츠가 쌍용자동차지분 50%이상과 경영권을 인수할 것이라는
분석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나 정작 당사자들은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양측 협상팀들이 쌍용자동차에 대한 독자적인 실사결과를 바탕으로 세부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근거없는 소문으로 쌍용자동차
주가만 출렁이고 있다.

<> 벤츠 입장 =중국진출에 실패한 벤츠로선 아시아생산기지확보 차원에서
쌍용자동차 인수를 검토해 왔다.

이미 쌍용자동차 지분 2.23%를 갖고 있는데다 기술도 제공하고 있어 지분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쌍용자동차인수를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쌍용자동차에 대한 자산실사도 끝냈다.

<> 쌍용자동차 입장 =쌍용그룹부실을 막기위해 쌍용자동차 정상화가 시급
하다.

부채규모가 무려 2조7천억원에 달하는 쌍용자동차를 자력으로 정상화
시키기는 어렵다.

자금수혈이 급하다.

이 때문에 그룹에선 벤츠와의 협상에서 지분 50%이상 양도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석준 쌍용그룹회장도 이 문제에 대해 유연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회장은 지난달 체어맨 신차발표회때 협상진행상황을 묻는 기자들에게
"잘 될것"이라고만 말했다.

<> 인수 걸림돌 =아시아진출 전략차원에서 쌍용자동차인수를 추진해온
벤츠로선 최근 몇가지 악재를 만났다.

야심작으로 내놓은 소형차 A클라스가 주행시험도중 전복되는 바람에 안전
장치를 보완하는데만 3억마르크정도의 추가비용을 안게 됐다.

이 때문에 벤츠본사는 A클라스보완에 사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동남아시아국가들의 통화가치 폭락과 경기부진으로 이 지역 자동차수요가
급감, 벤츠는 아시아진출확대를 그리 시급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제전망이 불투명한 것도 악재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쌍용자동차의 막대한 부채.

2조7천억원의 부채를 떠안으면서 인수하기는 어렵다는게 벤츠의 입장이다.

자산가치에 대한 실사결과도 큰 차이가 난다.

이런 사정 때문인지 벤츠측은 "소문처럼 벤츠가 쌍용자동차지분을 대폭
확대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계속 연막만 피우고 있다.

<> 주거래은행 입장 =벤츠가 쌍용자동차를 인수치 않더라도 쌍용그룹정상화
차원에서 쌍용자동차를 다른 기업에 팔도록 종용하겠다는 것이 그룹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 입장이다.

여기서 다른기업은 삼성그룹이 될수도 있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벤츠와 협상이 잘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일 안될 경우 국내외 다른 기업에라도 쌍용자동차를 팔아야만 그룹이
건실화될수 있다"고 주장했다.

<> 전망 =협상당사자들에게 함구령이 떨어져 예단하기 어렵다.

현재로선 양측이 실사결과및 인수가격을 놓고 승강이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명간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지만 당사자들은 "아직 확정
된게 없다"는 말뿐이다.

일부에서는 기아의 여건변화로 제3자매각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삼성이
다시 쌍용자동차에 관심을 가질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 고광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