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하고 그로인한 행복과 슬픔을 맛보면서
이것이 인생이구나 하고 어렴풋이 느낄 즈음이면 벌써 반환점을 돌아선
마라토너에 비유함은 나만의 헛된 생각일까.

"18인의 열정전사".

우리들의 만남은 해운대 바닷가 찬바람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봄날
부산에서 처음 시작한 데일 카네기 최고경영자과정 제1기 연수장에서였다.

서먹한 분위기도 잠시뿐 자기이름에 삼행시를 붙여 소개하는 이른바
카네기식 자기소개에 놀라움과 기발함,폭소로 강의장 분위기는 일신되고
그날 바로 18명 모두의 이름을 외우게 되는 기적같은 기쁨을 가지기도 했다.

예를들면 "전국의 주식수가 손안에 있다"는 전주수 신한증권 금정지점장,
"최고의 정직을 자랑하는 여자" 최정자 (주)대원사장, "강하면서도 오만하지
않고 수수한 남자" 강오수 대한 INT"L 페인트 상무이사, "구름도 본체만체
홍학같은 사나이" 구본홍 (주)퓨리나코리아 부산지사장, "신선같은 남자
원칙을 지키는 남자 길게 사귀고싶은 남자" 신원길 (주)세보대표이사,
"황금투구를 쓴 정의의 기사" 황정기 (주)비락이사.

그로부터 3개월간 세월은 후딱 지나가고 학창시절이후 처음 갖는 제주도
부부동반 졸업여행, 멋있는 카우보이 모자를 하나씩 받아쓴 김해공항에서의
만남은 마치 초등학교시절 그것과 다를바 없다.

우리 국토의 최남단 마라도의 초원위에서 끝간데없는 대양을 바라보며
소망을 띄워보고 차귀도 앞바다의 투명한 바다에서 건져올린 쥐치어 우럭등
낚시는 왜 그리도 잘되던지 환호가 터져나오고, 배위에서 곁들이는 한잔의
소주맛이란 무엇에도 비유될수 없었다.

이토록 소중스런 추억들을 만들고 우리들은 열흘후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졸업식을 갖고 "18인의 열정전사"동기회가 결성되었다.

회장에 부산도시개발공사 서종수 사장, 부회장에 대야고무산업 김영태
사장, 간사에 최정자 (주)대원사장을 추대하고 창녕 화왕산 억쇠능선을
함께 걷기로 약속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