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의 화의가 불투명해지면서 일부 종금사가 오후 늦게 결제자금을
막고 콜금리가 14%대에 육박하는 등 자금시장에 급속히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외환시장은 엔.달러환율 하락으로 일시적인 안정세를 보였으나 불안한
모습이고 외화자금난도 여전하다.

<> 자금시장 =기아가 화의신청을 한 하루 뒤인 23일 5~6개 종금사가 업무
시간이 끝난뒤에 자금을 막느라 허둥되는 일이 연출됐다.

종금사에 대한 국고여유자금과 RP 지원자금 등 총 5천여억원이 이미 환수된
상황에서 기아의 화의신청으로 자금시장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금융권간 단기자금을 중개하는 콜시장에서는 24일에도 오후 2시 현재
1조2천억원의 자금이 모자랄 정도로 자금회전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자금부족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전일에 이어 24일도
금리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회사채(3년) 유통수익률은 연12.42%로 전일보다 0.02%포인트 올랐으며
하루짜리 콜금리는 0.42%포인트 상승한 연13.98%를 기록했다.

3개월짜리 기업어음(CP) 할인율은 연13.45%로 0.15%포인트 올랐으며 3개월
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수익률도 연13.45%로 0.1%포인트 상승했다.

환율 급등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으로 기업이 달러사재기에 나서면서 원화
유입 자금이 줄고 외환당국의 잇단 개입으로 원화환수가 이뤄지는 것도
자금부족현상을 부채질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외환시장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이날 일시적인 진정국면을
나타냈다.

원화값 하락(원.달러환율 상승) 촉발요인이었던 미 달러화에 대한 일본
엔화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때문이다.

그러나 기아사태 진전상황에 따라 크게 요동칠 개연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물량을 내놓지 않으려는 경향은 여전하고 달러화를 사들이려는 힘은 아직
세다.


<> 외화자금 사정 =오전중에는 빡빡했다가도 오후들면 여유가 생기는 다소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계는 해외차입 여건 악화이후 생겨난 관성탓으로 이를 분석한다.

"조건 불문"으로 달러화를 긁어 모은 탓에 초과물량이 생겨났고 이 자금이
국내 금융기관 사이를 떠도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외화자금난 해소와는 전혀 무관한 셈이다.

일본계 은행들의 외화대출 회수(30일)와 홍콩 금융시장 휴무(다음달 1, 2일)
까지 겹친 마당에 대외신인도 추가 하락을 가져올 사태가 생기면 외화자금난
은 최악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감이 금융계에 팽배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