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원 < 한국표준협회 QM사업본부장 >

"분임조 활동이 다소 침체 국면에 처해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특히 생산현장에서 분임조 활동을 직접 지도 추천하고 있는 실무자들을
만날 때 이런 얘기를 가끔 듣는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공기업과 서비스 업체에서 분임조 활동을 도입하고
싶다면서 도입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물어오는 횟수가 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이 두 가지 경우를 놓고서 제조업 분임조 활동은 침체되고 있는 반면,
서비스업종에서의 분임조 활동은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증거라고 단언하기란
쉽지 않다.

필자가 생각컨대 도입 연륜이 30년을 헤아리는 제조업분임조활동은 과거의
붐 조성을 위한 거품이 빠지면서 점차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으로 성숙
되어 가는 한편, 간접부문을 포함한 건설.서비스업종에서는 이제 그 도입의
필요성이 증대되면서 무한경쟁 시장을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한 수단으로
분임조 활동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판단한다.

이는 한국표준협회가 75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전국품질분임조대회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즉 과거에는 제조현장의 분임조만이 참가했던 대회가 이제는 사무.서비스.
건설부문은 물론 공기업까지 그 참여 분임조의 업종 및 분야가 다양하게
늘고 있으며, 이들 분임조가 사용하고 있는 관리기법 역시 연륜 깊은
제조업QC 못지않게 정확하게 구사되고 있다.

이처럼 품질분임조 활동이 30여년 가까이 우리 산업계에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전국품질분임조 경진대회"는 지난 75년 첫번째 행사를 치른 후 올해
제23회 대회를 치르기까지 1천8백27개의 우수 분임조를 선발하여 산업계에
그 추진모델과 성과를 제시해 왔으며, 이를 통해 우리 산업의 품질경쟁력이
제고되어 80년대 고도성장을 가져온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 경제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서 분임조 활동이
다소 주춤한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주로 불요불급한 예산지출을 억제해 온 기업이 주된 타깃의 하나로
분임조 활동에 대한 교육.지원예산을 무분별하게 삭감해 온 것이 주요인이다.

생산현장의 주역들인 근로자들이 짧게는 10년, 길게는 30여년 가까이
활동해온 분임조 활동에 힘입어 오늘날 선진대열에 오르게 된 우리 기업이
긴축예산을 근거로 그들의 활동을 위축시켜 온 것은 냉철히 반성해야 할
점이다.

앞서 말했듯이 오늘날 우리 분임조 활동은 생산현장은 물론 연구.개발.설계,
그리고 사무.영업.마케팅 및 AS,CS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경영전반에 걸친
개선활동으로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분임조 활동의 위축은 곧바로 경영의 위축이며, 그것은 불황을
대비한 효과적인 처방이 아닌 것이다.

일본의 산업이 몇차례나 중대한 위기에 처했다가 그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오늘날의 번영을 이룩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주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분임조 활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현장의 QC맨들은 오늘도 기업의 품질향상과 원가절감을 위해 열심히 분임조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의 개선활동이 멈추지 않는 한 우리 경제는 되살아 날 것이며, 우리는
다시 고도성장을 구가하게 될 것이다.

이번 "97 전국품질분임조 경진대회"에 참가한 1백42개 분임조는 물론
전국의 12만 분임조로부터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