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오랫동안 미아는 필사적으로 노력을 했지만 그녀의 몸은 열려주지
않았다.

그녀는 처녀였고 지코치는 경험이 많은 중년의 부인들에게 익숙해 있어서
결코 그녀를 가지려고 최선을 다 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의 관계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교훈만을 그에게 남겼다.

"오빠, 나는 영 잘못된 여잔가봐. 불구 인가봐"

미아는 절망적으로 몸부림쳤다.

울먹이면서 걱정스럽게 그에게 하소연한다.

"나는 멘스도 하고 너무너무 건강한데"

"아니야, 그런 여자도 있대. 옛날 나의 할아버지가 할머니하고
결혼했을때 그랬대나봐. 나도 몰라. 아무튼 이런 경험은 나도 처음이니까.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나는 너를 갖겠다는 욕심이 없는 거다"

그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의 말은 1백프로 진실이었다.

"미아하고 나하고는 속궁합이 안 맞는 커플일 수도 있구. 아무튼 너는
아직 처녀다. 그것만은 내가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어. 너는 아직 버진이다.
축하해"

그러자 미아가 왕 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울음은 사뭇 통곡하듯 크게 사방에 울려 퍼진다.

"쉿, 조용히 해. 옆에 사는 여자는 아주 신경질쟁이 올드 미스인데
걸핏하면 달려와서 음악이 크다고 소리치기도 하고 TV의 볼륨까지
참견한다구. 그러니까 미아 제발 조용해줘. 쉬쉬"

그는 그녀의 어깨를 다정하게 보듬어주면서 얼른 그녀가 돌아가주기를
재촉한다.

"내 친구놈은 거포인데, 동갑끼리 결혼했는데도 5주일이나 동침을 못 한
경우도 있어"

"오빠, 내가 너무 저돌적으로 나타나서 미안했어. 이젠 안 그럴게요.
하지만 내가 병신인가 아닌가 어머니에게 물어보고 진단도 받아야겠어요"

"어머니가 의사야?"

"응, 어머니는 산부인과는 아니지만 대강은 많이 알고 계실 거야"

"하지만, 엄마에게 남자와 자려다가 실패했다고는 못 할거 아니야.
그렇게 어머니를 실망시켜드릴 수는 없잖아?"

그녀는 고개를 푹 수그리고 고개를 끄덕거린다.

미아는 자기가 꼭 육체적으로 돌이나 벙어린 것 같다.

"엄마는 신경과 의사지만 산부인과에 대해서도 잘 아실 거야. 나는 결코
내가 병신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받고 싶다"

그러자 지영웅은 그녀가 혹시 공박사의 딸이 아닌가 의심을 해본다.

"저, 혹시 어머니가 이 근처에서 개업하고 계셔?"

"응. 우리 엄마는 유명한 신경정신과 의사 공인수 박사예요"

그녀는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러나 지영웅은 자기가 공박사에게 무례하고 치사한 고백들을 했기
때문에 감히 너의 어머니에게 갔었다고 못한다.

그리고 더욱 공박사의 딸이라면 다시는 보지 말아야 된다고 결심한다.

미아는 암담한 얼굴로 섹시하기 짝이 없는 지코치의 두터운 입술과
까실까실한 푸른 수염을 예쁜 손으로 아쉬운듯 만진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