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환경의 세기"라고들 한다.

국제협약가운데에는 환경에 관한 협약이 가장 많아 무려 1백70여개에
이른다.

전세계에서 열리는 국제회의 가운데에서도 환경관련회의가 가장 많다.

환경관련 무역규제를 일컫는 그린라운드는 논의 당시만해도 먼 훗날의
이야기로 여겨졌지만 바로 코앞에 닥쳐왔다.

1백70여개 환경협약가운데 몬트리올의정서, CITES(야생동식물거래에 관한
국제협약), 바젤협약등 18개협약은 이미 환경과 관련된 무역규제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전세계적인 산업화 도시화로 국경을 넘어 전지구적 영향을 초래하는
환경재난도 그만큼 증가했다.

환경은 종전에는 선진국차원의 관심사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 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
(리우회의)에 모인 세계 1백78개국 정상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21세기의
국가발전목표로 설정하자는데 동의했다.

경제발전은 환경과 나란히 양립해가야하는 목표라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환경을 배려하지 않는 나라는 국제무대에서 외교적 발언권이
약해지고 심하면 무역보복을 당하게 됐다.

또 환경에 적대적인 상품은 외국소비자들은 물론 국내소비자들로부터도
배척당하는 시대가 됐다.

다시말해 얼마나 환경친화적인 정책을 펴느냐, 얼마나 환경친화적으로
재화와 용역을 만들어내느냐가 경제활동의 경쟁력으로 평가되는 시대가
됐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최근 국내적인 경기불황속에서 오히려 환경에 관한 한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반(반)환경적 지역이기주의와 정책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서울의 허파로 불리던 광릉수목원은 몰려드는 인파와 차량에 음식점까지
늘면서 소음과 대기 수질오염을 견디지못해 불과 10년만에 크낙새 등
천연기념물과 희귀동식물이 사라졌다.

이 지경인데도 지방자치단체는 돈좀 벌겠다고 광릉수목원 인근에
수목원랜드라는 대형놀이시설건설을 허가했다.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세계 어느나라에도 유례가 없이 관광산업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국립공원에 호텔 콘도미니엄등 고급 숙박시설의 건립을 허용하겠다고
나섰다.

스키장과 골프장을 건설하기위해 희귀목을 포함, 동식물생태계의 보고인
산등성이를 깎아내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다.

알래스카에서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까지 곰쓸개를 찾아 전세계를 누비는
몸보신, 정력관광으로 외국의 환경단체들은 한국을 야생동물학대국으로
낙인찍고 한국산제품의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서고있다.

그뿐 아니다.

환경산업은 21세기의 주요산업이라는 구호에도 불구하고 자생력도 약하고
환경정책의 총본산인 환경부의 1년 예산이 이제 겨우 1조원을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환경부의 지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큰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오염방지설비분야는 이미 꽤 큰 규모와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이제 걸음마단계에 있는 재활용산업은 정부지원도 미약한데다
은행에서 돈빌려쓰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업체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나 기업은 물론 일반 국민도 눈앞의 이익을 위한 환경파괴행위가
그보다 몇배 큰 환경오염비용으로 돌아오고 결국 국가경쟁력을 좀먹는
행위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들이다.

환경을 정부나 기업은 물론 일반 대중의 보편적 관심사로 끌어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세계환경의 날"이다.

매년 6월5일 각 대륙의 국가가 돌아가며 치르는 이 행사가 올해는
"온누리의 생명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서울에서 열린다.

정부는 경제동물의 아류국정도로 인식되어온 한국의 이미지를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과 더불어 한차원 높이고 우리 국민의 환경보전
의식도 높이기위해 수년전부터 행사개최를 추진, 지난해 UNEP로부터
개최결정을 받아냈다.

세계환경의 날 행사는 개최국정부주도의 행사는 물론이고 민간단체(NGO.
비정부기구)의 자발적인 행사도 함께 열린다는 것이 다른 국제행사와
다른 점이다.

올해 행사에서도 5월 31일에 열리는 개막식을 제외한 모든 행사가
환경단체와 일반 사회단체등 NGO가 주축이 돼 추진한다.

세계환경의 날을 주최하는 개최국으로서 이땅의 환경은 어느 정도이고
정부와 기업 국민 개개인의 환경의식은 어디까지 와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 김정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