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후면 5.18 광주민주화운동 17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그날 이후 17년만에야 5.18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5.18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다고 해서 완전한 자리매김을
한 것일까.

죽음은 살아 남은 자의 몫이다.

5.18은 그 아픈 교훈을 바탕으로 역사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 데서
비로소 완전한 자리매김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5.18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무엇인가.

국가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권력은 국가의 구성원인 개인의 자유가
침해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진다.

그 대가로 각 개인은 국가운영에 필요한 세금을 납부한다.

5.18 당시 국가운영을 담당하고 있던 실질적인 정부주체가 누구였든,
자유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정부권력이 보호대상인 바로 그 개인들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했을 때, 개인들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고, 이럴
경우 역사는 정부권력에 대한 "자유 쟁취"의 대가로 "피"를 요구해 왔다.

"공권력"이라는 이름하에 행해지는 "공폭력"에 대항하여 단기적으로 이길
수 있는 민간조직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그동안 누적되었던 정부의 경제적인 자원배분에
따른 경제적 자유의 박탈로부터 연유된 복합적인 사건이고 보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첫번째 교훈은 자명하다.

그것은 정부권력은 최소한으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권한의 비대화는 또 다른 형태의 5.18을 낳을 수 있다.

그래서 5.18의 원인과 결과는 모두 막강했던 정부권력에 돌려져야 한다.

역사상 잔인한 학살을 자행하고 오랫동안 개인들의 자유를 억압한 것은
정부권력이지 타 개인들에 의한 것이 아니다.

정부권력에 의한 것이 아니고는 어떠한 강제행위도 오랫동안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군의 조직에 관한 것이다.

날마다 김정일의 동태가 뉴스거리로 장식되는 남북대치 상황에서 군의
조직과 운영 문제는 매우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강력한 군사력 유지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5.18은 군의 조직과 운영을 악용한 비극이 아니었던가.

복거일씨는 일찍이 군의 용병제가 5.18과 같은 사건을 막을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바 있다.

용병제와 동일한 형태는 아니지만 우리는 이 시점에서 군의 지원제를
한번 검토해 볼수 있을 것이다.

군인을 모집하는 방법이 징병제에서 지원제로 바뀌면 여러가지 이득을
얻을수 있다.

우선 군도 하나의 기업조직이 되기 때문에 군은 자신의 유지를 위해
이미지 향상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군은 군경력이 개인들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가져다 줄수 있도록 새로운
프로그램도 개발할 것이다.

무엇보다 군은 5.18과 같은 사건에 말려들지 못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다가가지 않는 한 군은 생존할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외면하는 기업이 망하는 이치와 똑같다.

지원제는 전력유지 비용을 절감할수 있다.

여기에서의 비용은 정부예산상의 비용이 아니라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 사회전체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지원제로 인한 국방부의 예산증가는 불가피할지 모르지만 사회적 비용은
감소할 것이다.

의무적으로 군에 복무함으로써 얻는 생산성보다 다른 직종에 근무함으로써
얻는 생산성이 더높은 사람은 군이 아닌 다른 직업에 종사함으로써 사회적
생산을 높일수 있고, 이로 인한 이득은 국방부의 예산증가를 보전하고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군이 지원제로 바뀌면 누가 위험한 군에 지원하겠으며, 그렇게 되면
어떻게 군자체가 유지될수 있겠는가 하는 반론이 있을수 있다.

그러나 3군사관학교의 지원자가 정원에 미달되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실제로 지원제로 군을 조직하고 운영하고 있는 나라의 경우 군인력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는 없다.

군인력 시장의 가격기구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군인력을 확보하는데 별다른 애로는 없을 것이다.

또한 지원제하의 군인은 강제가 아닌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 택한
직업이므로 국방에 대한 의무감도 징집병과는 다를 것이고, 따라서
군전력의 향상도 기대할수 있다.

최근에 국방부와 병무청이 사병의 유급제도를 검토한다고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지원제에 대한 검토도 아울러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5.18이 우리에게 남긴 정치 경제 사회적 교훈은 많다.

그 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 어디에서나 타인을 해치지 않는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개인자유의 침해는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반드시 침해의 영역을 꾸준히 확대해가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정부규제가 철폐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군을 지원제로 바꾸자는 주장도 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신장함으로써
사회적 생산을 높이는 것은 물론 군은 국민을 위한 국민의 군대로 유지될수
있도록 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

<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