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증인으로 채택된 한보청문회에 관하여 다양한 소감들이
있지만 머슴으로 표현된 경영자의 모습이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경영자라는 현대의 기업용어를 두고 지나간 농경시대의 농가에서나 쓰던
주인과 머슴이란 용어를 써야 했던 이유는 바로 그렇게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게 된 독선적 경영형태에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경영자를 보는 사회의 시각이 아직도 머슴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에 착잡하기만 하다.

아무리 전문 경영자를 비하시키기를 좋아한다해도 요즈음에는
고용경영자라고 말하지 머슴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서울대학교 조동성 교수는 경영자를 계획, 실행, 평가의 전문가라고
정의하며, 미국에서는 최고 경영자는 증권시장에서 평가를 받는 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문경영자들은 능력과 업적에 따른 대우를 받으며, 가장 보람있게 일하는
직업을 갖겠다고 생산경제단위인 기업을 직장으로 선택하여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 오르기도 한다.

그들이 많은 세월을 임직원과 함께 최선을 다하여 기업을 키우고
발전시켜도 전문경영자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농경시대의 머슴에 머물고
있다면,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책임을 소유경영자들에게만 부담을 떠맡기는
결과가 된다.

기업문화에 따라 다르지만,발전하는 기업은 사회보다도 더 민주적이고
창의적이며 자율적인 분위기속에서 책임과 권한을 분명하게 정해간다.

다만 사회가 인정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자기 자녀들이 좋은 문화를 가진 기업에 취업하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우리사회에 늘어간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기업이란 경제적으로 사회의 유일한 생산경제단위로서 정부의 재정과
가계의 생계유지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고용을 창출하여 지역사회를 발전시키고, 구성원들에게
직무와 직위를 주어 사회적 신분을 갖게 함으로써 사회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기업의 이런 역할을 사회적 책임이라 하고 기업을 대표적인 사회기관으로
인정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아 경영할동을
하는 경영자들을 전문가로 평가하는 사회가 발전하는 선진사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