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침체된 우리경제의 돌파구를 기술-지식집약적인 벤처기업
육성에서 찾기로 하고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았다.

"벤처자금에 대한 출처조사면제" "대기업 출자한도 예외인정" "중소벤처
기업전용의 3부 증권시장개설" 등이 주요 골격.

지원책의 면면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벤처업계에서 논의조차 금기시돼온
내용들이 많다.

"관료적 발상"치고는 꽤나 "모험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다.

정부가 이렇게까지 벤처기업에 집착하는 까닭은 우리의 경제난국 극복을
미국식 해법에서 찾으려는데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미국은 지난 87년 블랙먼데이 이후 벤처기업 활성화에 적극 나섰다.

당시 불황이 이어지자 미국정부와 기업은 벤처캐피탈을 새로운 전략투자
대상으로 삼고 자금을 쏟아부었다.

대기업들은 리스럭처링을 통해 벤처기업과의 연계를 강화해나갔다.

이에따라 90년대들어 벤처기업들이 연간 70만개씩 새로 생겨났다.

신규고용창출과 함께 경제성장의 견인차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미국은 이런 전략을 통해 불황기때 벤처투자를 게을리해온 일본의 추격을
뿌리치고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 효과는 작금의 호황국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사례에 비춰볼 때 우리가 선택할 길은 자명하다.

하루빨리 경쟁력있는 벤처기업을 많이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1천5백여개에 불과한 벤처기업을 오는 2005년까지 4만여개로
늘린다는 정부의 방침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벤처기업육성대책을 살펴볼 때 짚고넘어갈 대목도 많다.

추진과정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정책들도 있다.

우선 이번 방안이 졸속으로 마련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벤처기업에 대한 정의나 개념조차 분명하지 않다.

벤처사업의 육성을 위해 코스닥시장을 활성화하겠다고 발표한게
얼마되지도 않은데 벤처전용의 3부증권시장 개설방침은 이의 효과와
부작용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인상이 짙다.

"기관투자가 및 외국인투자가의 참여를 허용해주고 벤처기업의 상장을
완화, 코스닥시장을 활성화하는게 시급하다.

3부시장이 형성되더라도 불과 소수업체만이 등록할 것이므로 별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서갑수 한국기술투자사장의 지적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졸속추진은 정책에 대한 불신을 초래,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 분명한 만큼 앞으로 이를 불식시켜 나가야 한다.

관련부처간 갈등의 소지 또한 없애야 할 과제다.

이를 간과할 경우 모처럼 일기시작한 벤처붐도 헛되이 사라지게 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앞으로 벤처관련부처 및 정책의 일원화는 반드시 실현해나가야
할 과제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각종 규제의 철폐는 벤처기업육성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지난 82년 큐닉스컴퓨터를 시작으로 한 우리의 벤처산업이 지금까지
초보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도 곰곰히 따지고 보면 규제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또 하나의 아쉬움으로 "주식액면가"에 대한 철폐가
검토되지 않은 점을 꼽을 수 있다.

기술과 자금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는게 벤처기업임을 감안하면 자칫
기술자의 창업회피 및 자금의 편법동원 등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정부는 지원한다는 명분아래 규제에 나서지말고 기술과 자금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합되도록 유도하는게 바람직하다.

또 벤처기업육성은 이러한 갖가지 대책에 앞서 사회전반에 "벤처정신"이
충만할 때 이뤄지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미국의 성공도 20여년전부터 펼쳐온 정보혁명이 성제성장과 사회적분위기를
이끌어온데서 비롯됐었다.

학교교육에서부터 창업과 도전의 마인드를 함양하고 발명가를 우대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전직과 도산을 해악시 또는 절대부정하는 인식도 없애야 한다.

벤처정신을 가진 창업자가 새로운 경제영역을 개척할 수 있도록 그들의
도전의식과 창의를 북돋워야 한다.

따라서 정부만의 노력으로 될 일이 아니다.

결국 벤처산업의 활성화는 정부 기업 교육기관 지역경제단체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실질적인 공감대를 갖고 유기적인 협력시스템을 갖추는데 그
성패가 달려있는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