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특혜대출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병국
검사장)은 6일 출국금지 조치된 김시형 산업은행총재 장명선 외환은행장
이종연 전조흥은행장 등 3명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한보철강에 거액을 대출해주는 대가로 한보 정태수
총회장으로부터 거액의 커미션을 받았는지 여부와 대출과정에서 정치권의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집중조사했다.

검찰은 조사결과 대출사례비로 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날 경우 7일중 특정
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수재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들로부터 대출과 관련해 여권 핵심인물의 압력이 있었다는 일부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기진 전제일은행장은 재임당시 한보에 대한 대출실적이 없어
일단 참고인자격으로 추후 소환조사키로 했다.

김산은총재는 지난 94년 12월부터 현재까지 한보철강 등에 5천6백억여원을,
장행장은 지난해 9월 냉연공장 신축자금등으로 모두 4천2백억원을, 이전조흥
행장은 94년 한해동안 2천3백93억원을 각각 대출해줘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번주내로 출국금지된 전현직 은행장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
짓고 내주초부터 정치권관련 인사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조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총회장으로부터 신한국당 홍인길의원과 국민회의 권노갑의원
등에게 십억원대의 돈을 줬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내주초 두 의원을 소환해
정확한 금액과 전달받은 시기, 금품수수과정에서 대가성이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키로 했다.

최중수부장은 "은행장의 진술을 통해서만 정치권의 외압을 밝힐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치권의 개입여부를 확인중임을
시사했다.

검찰은 두 의원외에 30여명의 여야의원들에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주고
관리해왔다는 정총회장의 진술에 따라 소환대상 정치인명단의 선별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현재까지 은행대출과 관련해 뚜렷한 단서가 잡혀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와 있는 정치인은 아직 없다"며 "그러나 정총회장이
영향력을 이용하기 위한 대가로 특정 정치인에게 돈을 준 사실을 일부
시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에 따라 정총회장의 진술을 통해 나온 정치인의 명단과 돈을
건넨 시기를 통해 금품제공과정에서 대가성이 있었는지 등 구체적 입증
자료를 확보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 은행감독원으로부터 한보그룹의 비자금 계좌로 보이는 1백75개 계좌를
넘겨받아 자금추적작업에 착수했다.

< 한은구.이심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