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급소주시장에서는 숙성소주의 "열풍"이 거셀 전망이다.

지난해 고급소주시장을 주도했던 벌꿀소주가 숙성소주에 막판뒤집기를
당하면서 소주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숙성소주 개발에 뛰어들었다.

따라서 올해 고급소주시장에서는 숙성소주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소주업계는 보고 있다.

진로의 "참나무통맑은소주"가 선보이기 전까지만 해도 고급소주시장은
보해양조의 "김삿갓", 두산경월의 "청산리 벽계수", 금복주의 "독도" 등
벌꿀소주가 리드했다.

특히 "김삿갓"이 시장에 나온지 5개월만에 2천2백만병의 판매기록을 달성
하면서 고급소주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김삿갓은 보해양조 전체 매출액의 30%(작년판매액 3백60억원)를 담당하며
벌꿀소주 개발붐을 일으켰다.

금복주는 일본의 독도망언이 뜨겁게 부각되던 지난해 5월 벌꿀소주 "독도"를
전격 내놓는 기민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으며 두산경월도 6월 벌꿀소주
"청산리벽계수"를 내놓고 고급소주시장에 참여했다.

벌꿀소주의 위력은 청산리벽계수가 시판 한달만에 6백만병이 팔리는 대기록
을 세우면서 한층 더 공고해지는 듯했다.

두산경월은 청산리벽계수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상반기 소주시장
점유율이 95년 상반기보다 4.5%포인트 높아진 17.3%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 같은 성공은 두산의 거대한 판매망이 크게 작용했지만 최상급의 토종꿀을
첨가하고 자외선 1백% 차단병 등으로 제품력을 보강했기 때문이라고 당시
두산은 설명했다.

경남 마산에 연고를 두고 있는 무학소주도 "화이트소주"로 벌꿀소주시장에
진입했다.

화이트소주는 고급소주라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가격은 일반소주와 똑같이
책정했다.

하지만 작년 진로의 참나무통맑은소주가 등장하면서 고급시장의 판도는
급변했다.

참나무통 맑은소주는 순쌀을 증류한뒤 참나무통에서 1년간 숙성시켜 만든
원액을 첨가한 소주.

당시 소주시장을 강타하고 있던 벌꿀소주와는 질이 다른 제품이다.

한발 늦게 고급소주시장에 참여한 진로가 "한번 늦으면 영원히 따라잡을수
없다"는 주류업계의 통설과 "벌들의 전쟁"이라고까지 불렸던 벌꿀소주붐을
깰수 있을지에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웠었다.

참나무통맑은소주는 시판 한달만에 판매량이 6백만병을 넘어서는 등 벌꿀
소주가 판을 치는 고급소주시장에서 일단 독자영역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연말까지 1만5천8백96kl를 팔아 고급소주시장의 베스트셀러로 부상
했다.

진로의 참나무통맑은소주가 시장에 출현하기 전만해도 고급소주시장의
최강자는 보해양조의 "김삿갓".

참나무통맑은소주의 지난해 8월 한달 판매량은 7백13만병에 달해 6백11만병
을 판 김삿갓을 단숨에 제쳐버렸다.

11월에는 무려 1천3백23만병이 팔렸다.

소주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숙성소주 개발에 나선 것도 참나무통맑은소주의
선풍에 자극받은 때문.

먼저 금복주가 숙성소주 "뿌리깊은좋은소주"를 내놨다.

기존의 벌꿀소주 "독도"와 숙성소주 "뿌리깊은좋은소주"를 병행 판매함
으로써 참나무통맑은소주를 견제하겠다는 다브랜드 전략이다.

두산경월도 올초 선양주조 인수와 함께 숙성소주 개발에 나섰다.

이 회사는 선양주조가 시판중이던 숙성식 희석소주 "깊은산속 옹달샘"의
제조기법을 활용해 올 상반기중 새로운 브랜드제품을 선보인다는 목표아래
현재 제품을 개발중이다.

보해양조가 보배 인수에 집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 회사가 숙성소주
제조에 필요한 증류원액을 생산하는 증류식 소주공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
이다.

보배는 현재 증류원액을 첨가한 숙성소주 "옛맛"을 판매하고 있다.

진로와 금복주에 이어 두산경월과 보해양조가 숙성소주 개발에 나섬에 따라
올해 고급소주시장에선 숙성소주간 한판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고급소주시장을 평정한 진로는 1위 수성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참나무통맑은소주는 올들어서도 판매 호조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없어서 못팔 정도라는 것이 회사관계자의 얘기이다.

진로는 충북 괴산소주공장이 가동되는 하반기부터 수급불균형이 다소 해소될
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두산경월과 보해양조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는 숙성소주 개발과 함께 벌꿀소주의 판매망도 계속 확대, 이중으로
진로를 압박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보해양조는 수도권 전남지역에 국한됐던 취약한 영업망을 전국으로 확대,
올해 8천만병정도(지난해 4천만병)를 판매목표로 잡고 있다.

1조원의 국내소주시장을 둘러싼 소주업계의 판매경쟁은 숙성소주 개발을
계기로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 손성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3일자).